CJ제일제당이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법개정 움직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변형 작물을 수입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MO(유전자변형생물체) 완전표시제를 추진해야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CJ제일제당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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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
유전자변형생물체 완전표시제란 가공식품에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더라도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원재료로 사용했다면 모두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CJ제일제당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국내에서 유전자변형 원재료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국내기업이 수입한 유전자변형 작물은 1067만여 톤이다. CJ제일제당이 이 가운데 31.98%인 340만 톤을 수입했다.
특히 유전자변형 대두(콩)는 CJ제일제당이 60%, 사조해표가 40%를 들여왔다. 이 회사들은 콩으로 만든 식용유를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유전자변형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설탕대체감미료도 대량 유통하고 있다.
2015년 내놓은 ‘타가토스’와 ‘알룰로스’로 차세대 감미료 시장을 공략해 2020년까지 매출 7천억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타가토스와 알룰로스는 천연에 존재하는 희귀물질인데 CJ제일제당은 유전자변형 미생물에서 얻은 효소를 이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유전자변형 미생물이나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실제로 인체해 유해한 지를 놓고는 아직 과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오가지만 소비자들은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Cj제일제당은 타가토스와 알룰로스의 낮은 열량과 체중 감소 효과 등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완전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판매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CJ제일제당은 효소기술을 바탕으로 한 7년간의 연구 끝에 타가토스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이 효소가 유전자변형 미생물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정보가 제공돼도 소비자들이 건강식품으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완전표시제를 뼈대로 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4건 계류돼 있다. 김현권 남인순 민주당 의원,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윤손하 정의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자다.
지방의회를 중심으로도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 광산구의회는 3월 완전표시제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민병춘 논산시의원, 황선숙 당진시의원, 김보희 서산시의원, 강한옥 서울시 동작구의원 등도 3월 임시회 발언 등을 통해 잇따라 완전표시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GMO 등의 표시기준 고시’는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 잔류 여부에 따라 표시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반쪽짜리 표시제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유전자변형 원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용유나 간장, 액상과당 등을 표시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뺐다.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사용했더라도 열처리, 발효 등 가공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없어져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완전표시제가 의무화될 경우 원산지표시제처럼 사실상 모든 식품에 유전자변형생물체 사용 여부를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