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전기차의 성공 전략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EUV를 활용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 서버용 제품. <연합뉴스>
반도체는 전기차보다 기술 장벽이 높아 중국이 한국과 미국 등 상위 국가를 추월하기 쉽지 않지만 산업 전반의 경쟁 판도를 바꿔낼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1일(현지시각) 스위스 비영리기관 세계경제포럼은 “중국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에서 약점을 극복하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토니 판 바로잉애로우즈 창업자의 기고문을 전했다.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경제포럼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기관이다. 바로잉애로우즈는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조사기관이다.
토니 판 창업자는 중국이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로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지자 3차원 반도체와 광통신 분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에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데 쓰인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모두 활용된다.
중국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로 EUV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잠재적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토니 판 창업자는 중국이 이미 전기차 분야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내연기관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기차에 정부 지원을 집중한 정책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약 60%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추진한다. 미세공정으로 성능을 높이는 대신 반도체를 3차원으로 쌓거나 광통신 기술을 발전시켜 비슷한 효과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화웨이가 2026년 들어 공개한 ‘타우 스케일링’ 법칙과 ‘로직폴딩’ 기술이 예시로 꼽혔다. 이들은 모두 EUV와 다른 방식으로 반도체의 성능 및 전력 효율을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
9월 판매를 시작한 화웨이의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2’에 로직폴딩 방식으로 제조된 첫 반도체가 탑재되며 상용화 사례도 확보했다.
▲ 화웨이 자체 설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용 제품. <연합뉴스>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가 낸드플래시에 3차원 적층 구조인 ‘엑스태킹’을 적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추격하고 있는 점도 예시로 제시됐다.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통신도 중국이 집중하는 분야다. 이는 기존의 전기적 방식과 비교해 인공지능 시스템의 전력효율 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토니 판 창업자는 화웨이가 광통신 분야에서도 브로드컴을 비롯한 해외 경쟁사에 앞서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 발전 성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전했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규제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데 따라 이러한 신기술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업계에 표준처럼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반도체 기술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토니 판 창업자는 화웨이의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량과 연산 능력이 최상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현재 목표대로 신기술 발전 및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꾸준히 앞서나가고 있는 상위 경쟁사들과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따라서 토니 판 창업자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전기차보다 훨씬 높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를 계기로 전 세계의 반도체 기술 개발 흐름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업계 전반에 큰 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중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3차원 반도체와 광통신 기술이 EUV와 함께 활용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기술 발전을 더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토니 판 창업자는 “중국은 기존의 기술을 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며 “미국과 맞대결에서 승리해야만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