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가 글로벌에서 구축한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조선3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정상의 조선기업으로 거듭나 1~3위를 공고하게 유지했지만 최근 구조조정을 마친 일본기업에 수주잔량에서 추월당하고 있다.

조선3사는 올해 신규수주를 회복해 다시 일본기업을 제칠 수 있을까?

◆ 조선3사, 일본 조선사와의 수주잔량 차이에 촉각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마바리조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매진하는 사이 한국 조선3사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 조선3사 글로벌 독주체제 흔들, 일본 조선사 맹추격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일본 이마바리조선은 지난해 초에 수주잔량에서 삼성중공업을 제친 뒤 최근 한국 매출규모 1위인 현대중공업까지 밀어내며 두달 연속으로 글로벌 수주잔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으로 이마바리조선이 보유한 수주잔고는 188척, 597만1천CGT(가치환산톤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에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수주잔량은 123척, 544만3천CGT에 그쳤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단일조선소 기준으로 여전히 글로벌 수주잔량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마바리조선에 2, 3위를 자리를 빼앗긴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조선사들이 수주잔량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신호는 지난해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 조선3사가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부진을 겪는 사이 일본 조선사들은 꾸준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한 덕을 봐 상대적으로 조선업황의 불황을 잘 견뎌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국 조선3사의 생산능력이 일본 조선사들보다 훨씬 커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 일본 조선사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수주잔량은 2015년과 비교해 21%가량 줄었으나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감소폭은 35%에 이르렀다.
 
일본 조선사들은 지난해 말에 1999년 12월 말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보유한 수주잔량을 앞섰다.
 
◆ 조선3사, 올해 반등의 계기 마련할까
 
지난해만 해도 일본 조선사들의 추격 움직임은 엔저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분석됐다.
 
하지만 조선3사가 대형선박 중심의 수주에 힘쓰는 사이 중소형선박 수주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일본 조선사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 조선3사 글로벌 독주체제 흔들, 일본 조선사 맹추격  
▲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의 이마바리조선소.
한국 조선사들은 선종을 불문하고 대형선박을 수주하는데만 몰두했다. 그 결과 10K급 미만의 소형 탱커(유조선)분야에서는 일본 조선사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5-10K급 소형 탱커분야에서 건조량 기준 상위 10개 조선사 가운데 일본 조선사는 무려 6개 기업이 포진돼있다. 10-60K급 핸디사이즈 탱커부문에서도 일본 조선사는 상위 10개 조선사 가운데 6개를 차지하고 있다.
 
벌크선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 조선사들은 30K급 핸디사이즈 벌크선부문에서 상위 10개 조선사 명단에 단 한 기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1~9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조선사들이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한국 조선업에 추월당했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본 조선소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중소형선박부문을 개척해 조선업의 명맥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클락슨은 앞으로 3년이 지난 뒤 500만CGT 이상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는 기업은 일본의 이마바리조선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독일의 메이어넵튠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유럽 조선사는 크루즈선박의 발주에 따른 수혜를 봐 2020년 이후에도 수주잔량이 넉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올해 신규수주에서 한국 조선사가 일본 조선사를 앞지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 조선사는 올해 2월에 모두 16만CGT(5척)을 수주했다. 일본 조선사의 신규수주(8만CGT, 3척)보다 2배 많은 실적을 쌓은 것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따른 친환경선박의 발주가 본격적으로 늘어나 국내 조선사가 다시 옛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사는 친환경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부문에서 일본 조선사를 압도하고 있어 수주를 독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