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3월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전기차 공장 개장식에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조지아주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공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만큼 원활한 논의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22일 현지언론 애틀란타뉴스퍼스트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각계 인사들을 만난다. 경제협력과 미국 이민정책 문제를 주로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켐프 주지사의 방문은 9월4일 미국 이민당국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급습한 뒤 추진됐다.
당시 배터리 장비 전문가를 포함한 3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적법한 비자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구금된 뒤 한국으로 송환됐다.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켐프 주지사는 단속이 이뤄진 지 나흘만에 한국에서 현대차 경영진과 만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자동차 공장(HMGMA)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 사태로 현대차의 투자가 위축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떠오르자 주지사가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 경영진과 만나 미국 공장 전문인력 확보, 한국인 근로자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는 현지언론 애틀랜타뉴스퍼스트에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이를 발판으로 현대차와 관계를 발전시켜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지아 공장은 현대차그룹에서 매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 9월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이민 당국 요원들이 구금 대상자를 버스 앞에 세워놓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 매출에서 북미시장 비중은 2018년 33%에서 지난해 44%로 늘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9월18일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은 최우선 시장”이라며 시장 공략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현대차가 한국에서만 열었던 CEO 인베스터데이를 올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할 만큼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2028년까지 260억 달러(약 37조 원)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미국 내 판매 차량 가운데 80%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도 내놨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안전지대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시장으로 수출을 늘려 현대차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반면 미국은 중국 기업의 진입이 제한돼 안정적 판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진입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최근 수 년에 걸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현대차는 9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 많은 5만7167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결국 현대차가 켐프 주지사의 방문을 계기로 현지 공장 가동에 불확실성을 낮추고 관련 당국과 더 긴밀한 협력 체계를 마련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전기차가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현대차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대안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