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15년 구형 김범수, 2년8개월 만에 무죄 받은 이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검찰 핵심증인의 허위·모순된 진술과 시세조종 판단 오류 등으로 2년 8개월 만에 SM 시세조종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준호(검찰측 핵심증인)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일부는 구속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씨는 허위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높게 수사하면서 본건에 활용하는 검찰의 수사방식은 지양됐으면 한다.”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 카카오 계열 임원 6명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했다. 

2023년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SM 인수경쟁을 벌일 때,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지 2년 8개월만이다. 검찰 측 증거와 법리는 모두 배제됐다.

검찰을 유죄선고를 자신했지만, 1심 재판부가 사실상 모든 검찰 증거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수사방식까지 질타했다. 무죄판단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판부는 검찰측 핵심증인이었던 이준호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 부문장의 진술을 허위로 봤다. 이 부문장은 SM엔터 시세조종에 카카오가 사모펀드 원아시안파트너스를 끌어들여 공모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SM엔터 주식 1000억원 어치 매수를 부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그는 “지 대표를 만났을 때 나의 휴대폰으로 두사람 간 통화를 연결해줬다”며 주식매수 대가로 카카오의 굿즈 사업 양도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부문장의 진술은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을 불러오기도 했다. "배대표가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의 영어 이름)으로부터 SM 지분 매수 컨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는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으며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 대표와 이 부문장의 관계, 업무 처리 방식, 대화 내용의 성격을 봤을 때 스피커모드로 맞춘 이 부분장의 스마트폰으로 배 대표와 지 대표가 통화를 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판시했다.

"브라이언이 컨펌을 하였다고 배 대표가 말해줬다"는 이 부문장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상 '전문진술(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전해들은 말을 증언함)'은 원칙적으로 증거채택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논리적 모순도 지적했다. 이 부문장은 자신의 소속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주식을 매수한 목적은 '물량 확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의 매입은 '시세 조종'을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진행할 당시 카카오 2개 계열사(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매수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부문장의 진술은 허위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별건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그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처스를 고가인수한 혐의를 동시에 수사하고 있었다. 이 부분장은 자신의 배우자가 소속돼 있는 이 회사를 고가로 사들이는데 관여한 혐의(배임)로 조사대상에 올라있었다.

재판부는 "이준호는 배우자까지 연루된 사건으로 수사를 받자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의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나 재판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카카오측의 SM 매수를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2월28일) 카카오가 1000억원 어치 SM 주식을 매입한 것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SM 주가를 12만원(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이상으로 높여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량매수에 나섰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가매수','물량소진', '종가관여'의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향후 지분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목표 수량'을 채우기 위해 매수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이미 시장에서 예견되고 있었고 그 이후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목표물량을 정해두고 장내매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물량확보를 위해서는 매도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경우도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카카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선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하는 기간동안 카카오가 장내매수를 한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카카오의 장내매수 거래패턴은 일반적인 시세조종과는 다른 매매 행태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매수 주문 후 비율, 매수의 시간적인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여부였다. 

검찰은 카카오가 원아시아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원아시아가 먼저 SM 주식을 대량 매입(2월16일~17일)했고 이어 카카오(27일~28일)가 매입함으로써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문장의 진술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시한 이준호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할 뿐더러 나머지 증거들 역시 카카오와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아시아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시점 이전부터 SM 주식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줬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