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라이벌이자 친구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실적을 발판삼아 올해 그룹 안에서 입지를 한층 단단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두면서 각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 허수영, 롯데그룹에서 입지 강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허수영 사장이 조만간 실시될 롯데그룹 조직개편에서 화학부문 그룹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
|
▲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롯데그룹은 현재 90여 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사업 연관성이 높은 그룹으로 묶어 유통, 호텔·서비스, 식품, 화학 등 4개의 BU(Business Unit)체제로 개편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BU는 총괄사장 개념의 그룹장이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각 계열사 대표들은 실무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과 정책본부장(경영혁신실장), 각 부문 그룹장 중심으로 짜이면서 각 부문장의 권한과 위상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롯데그룹에서 주축으로 떠오른 화학부문 그룹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실적이 허 사장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고 영업이익에서 업계 1위 LG화학을 따라잡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허 사장은 신동빈 회장의 신임도 두텁게 받고 있다.
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허 사장도 함께 근무하며 손발을 맞췄다.
허 사장이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신 회장의 최측근인 소진세 사장, 황각규 사장은 각각 1950년생, 1954년생이며 허 사장은 1951년생이다. 입사는 허 사장이 1976년으로 가장 빨리 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에서 부회장의 벽이 높은 만큼 부회장 승진을 얘기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롯데그룹에서 전문경영인 가운데 부회장에 오른 인물은 2011년 부회장이 된 이인원 전 부회장이 유일하다.
롯데그룹이 새해 들어 ‘박근혜 게이트’ 특검수사, 사드배치 후폭풍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만큼 부회장 승진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박진수, 신사업 자리잡나
LG화학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에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뺏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업인 석유화학부문에서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부진했던 탓이다.
LG화학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소재부문은 지난해 1~3분기에 영업이익 1조6320억 원을 냈다. 그러나 전지사업부문,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사업부문 등 배터리, 바이오사업에서는 모두 적자를 봤다.
|
|
|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잘 되는 석유화학부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꾸준히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박 부회장에 대한 신임이 매우 두터운 점도 박 부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전기차배터리 등 신사업에서도 흑자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이 뚝심있게 추진해온 신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또하나의 신사업인 바이오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첫번째 현장경영 장소로 바이오사업장을 선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팜한농을 인수하며 그린바이오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초 LG생명과학도 흡수합병하며 레드바이오분야에 진출했다. LG생명과학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로 운영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팜한농 공동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생명과학사업본부장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