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소장은 허상" 사라지는 온라인 게임 디지털 자산, 게임사 책임 어디까지

▲ 서명자 130만 명을 넘긴 ‘스탑 킬링 게임즈’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종료가 곧 ‘소유권 상실’로 직결되는 구조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료 지불한 디지털 콘텐츠가 기업의 판단으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며 게임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13일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톱 킬링 게임즈(Stop Killing Games)’ 캠페인에는 11일 오후 기준으로 131만251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게임사는 소비자에게 유통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콘텐츠를 판매하고 이후 서비스 지원이 종료되면 플레이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관행이 과연 합법적인지 다수의 국가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운동은 게임 서비스 종료 후에도 사용자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 있는 서비스 종료를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2024년 4월 시작된 이후 확산됐고 1년간의 캠페인과 공식 마감일이 임박한 가운데 EU 시민발안 기준인 100만 명을 넘기면서 유럽연합(EU)에 정식 입법 제안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이 운동은 유비소프트가 10년 이상 서비스해온 게임 ‘더 크루'의 지원 종료로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캠페인을 주도한 유튜버 겸 게임 개발자 로스 스콧은 “모든 게임을 완전 개방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해 구매한 콘텐츠가 기업의 결정 하나로 사라지는 일이 더는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같은 취지의 영국 공식 청원도 현재 18만 명 이상을 받았다. 이미 판매한 비디오 게임을 구제 수단 없이 비활성화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으로 10만 명을 넘기면서 영국 의회에서 검토될 전망이다. 

운동이 확산되자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서비스 종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종료’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유럽 게임업계 대표 단체인 ‘비디오 게임즈 유럽’은 “서비스 종료는 상업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할 때 내리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보안 문제나 운영비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특히 패키지 게임 구매율이 높은 북미·유럽 등에서는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이용자 권리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기반이 강하고 실시간 게임 중심인 국내시장에서는 과금형 캐릭터·아이템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상 서비스 종료는 곧 사용자 자산의 소멸을 의미한다. 
"영구 소장은 허상" 사라지는 온라인 게임 디지털 자산, 게임사 책임 어디까지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에게 확률 조작 의혹과 서비스 기습 종료와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대표적인 사례로, 웹젠은 지난해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라그나돌’ ‘뮤 오리진’ 등 게임 서비스를 잇달아 종료했다.

용자 고지 부족과 종료 직전까지 이뤄진 유료 판매로 반발이 확산됐고 일부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에 나섰다. 김태영 웹젠 대표는 해당 사안과 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으로 2024년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넥슨의 장수 지식재산(IP)인 ‘카트라이더’ 역시 비슷한 사례다. 수년 동안 이용자들이 구매한 유료 콘텐츠가 후속작 출시를 이유로 2023년 원작 서비스와 함께 삭제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 소유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용자 권리를 보호할 제도적·기술적 장치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이용자 접근 권한을 유지하려면 별도 서버 운영이나, 보안 시스템 변경 등이 필요하다"며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고 비용과 저작권 문제도 얽혀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