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이중 중대성 평가'를 경영전략 수립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품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으나,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 여파로 핵심 경영 키워드가 정보보호 강화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AI)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통신 3사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경영 전략 수립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ESG 이슈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 당면 리스크와 기회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통신 3사는 2022년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2023년부터는 SK텔레콤과 KT도 중대성 평가를 본격 도입해 ESG 이슈별 중요도를 평가하고, 이를 전략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에 반영해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중 중대성 평가는 이제 통신사 경영 전략의 일부”라며 “경영전략 수립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운영 방향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이중 중대성 평가에서 핵심 이슈 3개와 보고 이슈 7개 등 총 10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서비스 품질 관리 및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이어 △고객 중심 경영 확립 △기후변화 대응(적응 및 완화) 등이 핵심 이슈로 꼽혔다.
지난해 평가에서 ‘고객경험 다각화(AI 기반 기술 및 서비스 혁신)’가 1순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서비스 안정성과 책임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통신품질 개선을 위해 안정적 네트워크 품질 관리와 운용 체계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때 신속한 대응과 복구를 통해 서비스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장기적으로는 절대적 안정 운용 체계를 구축해 대형 고장 제로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도 포함했다.
다만 이번 이중 중대성 평가는 2024년 12월까지 진행된 것으로, 올해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5순위로 꼽힌 ‘정보보안 강화’가 실제 경영 우선순위에선 최상단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4일 해킹사고 대응책으로 7천억 원 규모의 중장기 정보보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SK텔레콤의 '이중 중대성 평가 결과'. < SK텔레콤 >
KT는 올해 이중 중대성 평가에서 총 30개 이슈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4개를 핵심 이슈로 추렸다. 그중 ‘AICT(AI+ICT) 본업의 혁신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이어 △기후변화 대응(탄소 중립) △서비스 품질 관리 책임(네트워크 안정) △공정거래 및 법규 준수 등을 핵심 이슈로 선정했다.
지난해 평가에서도 ‘AI 혁신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가 1위로 꼽혔던 만큼, 김영섭 KT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AICT(인공지능+정보통신)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경영 비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중장기 목표로 ‘글로벌 DX(디지털 전환) 선도 기업 도약’을 제시하며 AI 기반의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올해 3월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1년이 지났다”며 “올해 B2B(기업간거래) AX(AI 전환), AI 기반의 CT, 미디어 사업 혁신으로 AICT 기업으로의 완전한 변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10가지 핵심 이슈를 선정했으며, 이 가운데 ‘AI 기술 혁신을 통한 고객 감동 실현과 사회적 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어 △통신 서비스 안정성 및 네트워크 품질 강화 △서비스 안전 및 정보보안 강화 등을 주요 이슈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서비스 품질 강화’가 1순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AI 기술력이 경영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 특징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사람 중심 AI’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기술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LG유플러스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홍 사장은 지난 6월25일 열린 LG유플러스 타운홀 미팅에서 “경쟁사를 앞서나가는 구조적 경쟁력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위닝 R&D(연구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해자를 만들자”고 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