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6년에도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리밸런싱'을 통해 올해 지주사 SK의 순차입금을 5조 원대 이하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그룹 지주사인 SK는 2024년 말 10조 원이 넘던 순차입금을 올해 말 5조 원 수준으로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그룹의 대표적인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SK텔레콤에 유심 해킹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재무적 불안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가 2024년 말 10조5200억 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을 2025년 3월 말 기준 8조1천억 원으로 2조 원 이상 줄이며 리밸런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올해 3월 특수가스 생산 계열사 SK스페셜티를 2조63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2분기에는 판교 데이터센터를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해 5068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제약사 ‘이멕스팜’ 지분 64.81%를 중국 ‘리브존 파마슈티컬 그룹’에 매각해 약 3천억 원의 현금도 확보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
SK는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 70.6%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계약이 성사되면 SK는 3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실트론은 최대 5조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이 올해 안에 매각되면 SK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10조5천억 원에서 올해 말 5조 원대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며 “리밸런싱에 따른 현금 유입은 일정 부분 주주환원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10조 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5월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를 사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 경영진은 해킹 사태의 재무적 영향을 아직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향후 실적 악화에 따른 배당 축소 가능성이 떠떠오른다.
SK는 SK텔레콤 지분 30.57%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SK텔레콤으로부터 약 2300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이탈과 보상 비용 등을 일부 반영해 SK텔레콤의 2025년~2026년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보다 각각 10%씩 하향 조정한다”며 “올해 2분기 가입자 순감 25만~35만 명에 따른 매출 감소 450억 원과 유심교체 비용 1천억 원 외에 대리점 보상금, 과징금 등이 반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정부가 SK텔레콤 고객의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까지 인정한다면 수 조원 대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5월8일 국회청문회에서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한달 동안 최대 500만 명까지도 이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약금에 3년 치 매출까지 고려하면 7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대표 현금창출원으로서 역할을 당분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말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투자 규모를 높여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SK그룹이 2023년 정보보호에 투자한 금액은 약 2100억 원인데, IT 부문 투자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5.3% 수준으로, 미국 기업(평균 26%) 대비 너무 낮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6월13일~1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리밸런싱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해킹 사태 대응 방안, 보안 사고와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자체 재무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계열 지원 여력을 제고하고 있다”며 “다만 SK그룹은 최근까지도 신규 추진 사업의 투자 성과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재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