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내년 3월부터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은행업무는 비대면거래를 통해 서비스하고 점포는 자산관리(WM) 서비스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내년 3월부터 1천만 원 미만의 금액이 예치돼있는 소액계좌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에게 지점을 이용한 달에 계좌유지수수료 3천~5천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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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계좌유지수수료란 거래가 일정기간 없거나 일정금액 이하인 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계좌유지수수료는 해외에서 활성화돼있지만 국내에서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이 2001년 처음으로 도입한 뒤 소비자 반발에 3년 만에 폐지한 제도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는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대면거래가 어려운 노년층과 어린이에게는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계좌유지수수료를 신규고객에게만 적용하기로 했다. 또 신규고객이어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한 비대면거래를 이용할 경우와 펀드 및 대출계좌에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씨티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는 것은 점포는 자산관리(WM)서비스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일반 은행업은 모바일은행을 통해 서비스하겠다는 이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은 12월 초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카드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모바일 은행 ‘NEW씨티모바일’을 선보이는 등 비대면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주요사업이 일반 은행업무가 아닌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라는 점에서 계좌유지수수료가 씨티은행만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씨티은행의 새 고객들과 비대면거래와 자산관리를 두 축으로 삼는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은행들이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25일 내놓은 보고서인 ‘은행 수수료의 국제간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송금 수수료와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외환송금 수수료 모두 해외은행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휴면계좌나 계좌이동서비스를 실시한 계좌를 놓고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고 일부 외화예금에 대해서 관리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벌칙성 수수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이 남은 계좌가 꾸준히 은행에 남아있게 되면 은행의 관리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이런 계좌는 대포통장이나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금융소비자들의 반발을 뛰어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원은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이 소비자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소액의 기준이 1천만 원으로 정해진 데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적 반발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인 검토에 따르면 사실상 계좌유지수수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고객의 반발이나 이탈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산관리의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입되는 만큼 고객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