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S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생산을 국내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리쇼어링(역내 제조기업 유치) 정책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가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확정한 만큼, 지난해 최대 매출(4조5518억 원)을 올렸던 회사의 전력기기 실적 성장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 초고압변압기 미국 '관세 폭탄'에 위기 맞나, 구자균 배전기 사업으로 돌파 시도

▲ 미국의 반덤핑 및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하는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LS일렉트릭 >


이에 따라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은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 사업을 강화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미국 상무부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 사이에 수입된 LS일렉트릭 등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LS일렉트릭이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LS일렉트릭은 반덤핑 관세 16.87%에 9일부터 부과되는 상호관세 25%까지 중복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LS일렉트릭의 2024년 기준 미국 매출은 773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7%에 이른다. 회사는 미국 현지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이 없고,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총 41.87%의 고율 관세를 맞게 됐다.

반면 경쟁사인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반덤핑 관세 지정을 피한 데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이미 확보해 관세 리스크가 없다.

이는 북미에서 LS일렉트릭의 경쟁 우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전력기기 공장 증설, 전력기기 생산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며 “생산시설을 미국 내 보유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전력기기 시장은 전력 수요 증가와 공급자 우위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둔 업체들의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도 “한국 전력기기 업체 가운데 미국에 대형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덜하다”며 “하지만 미국에 대형 초고압변압기 공장이 없거나 미국 매출 비중 큰 업체들은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시장의 주요 수요처가 미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기반이 없을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세 폭탄에도 LS일렉트릭은 기존 국내 변압기 설비투자 계획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9월까지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을 마칠 예정이다. 부산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간 2천억 원 규모에서 2027년 7천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또 앞서 592억 원을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전문 강소기업인 국내 KOC전기 지분 51%를 인수하며 사업을 더 강화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로선 초고압 변압기 미국 공장을 세울 계획이 없다”며 “미국 대신 국내 생산 확대로 수요 대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출하는 변압기의 관세 타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회사의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 사업 중요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S일렉트릭 초고압변압기 미국 '관세 폭탄'에 위기 맞나, 구자균 배전기 사업으로 돌파 시도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은 초고압 변압기의 국내 생산 확대와 더불어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앞서 밝혔다. < LS일렉트릭 >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는 회사 주력사업 품목으로, 미국 유타와 텍사스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에 위치한 공장인 만큼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다.

LS일렉트릭의 미국 배전기기 매출은 2024년 1천억 원 수준이었으며, 올해 매출은 1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초고압 변압기는 사이클이 길지 않고 관세 변화도 예측하기 어려워 국내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주력 사업인 배전반과 중저압 전력기기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고수익 사업인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균 회장은 올해 미국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앞서 제시했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2025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KOC전기 인수 등 초고압 변압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배전 변압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미국 배전기기와 초고압 변압기 사업이 호조인 만큼 올해 미국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전 부분에서도 전략적으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