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감원의 압박이 예상보다 거센 데다 중징계를 받을 경우 각 생명보험회사들이 앞으로 추진해야할 사업과 지배구조 개편 등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제재 예고에 따른 소명자료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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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금감원은 과징금뿐 아니라 기관에게는 영업 일부정지부터 인허가 등록취소까지, 임원제재로는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 조치까지 요구하는 내용을 각 생명보험회사에 사전통보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사업 및 지배구조와 관련된 현안들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이 예고한 중징계가 내려지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최고경영자(CEO) 해임권고를 받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임기를 마친 뒤 연임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신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신 회장이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지배력에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도 내년 1월에 임기가 끝난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징계를 받으면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따져봐야 한다.
한화생명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KDB생명과 알리안츠생명 등도 금융감독원의 징계가 매각 등 현안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뒤늦게라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명보험회사 관계자는 “아직 징계수위가 확실하게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자살보험금 문제와 다른 사업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각 생명보험회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소명자료를 충실하게 만들어 제출하기로 했다. 아직 금감원의 최종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각 생명보험회사들에게 8일까지 소명자료를 받은 뒤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 지급해야하는 자살보험금 규모는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 1585억 원, 교보생명 1134억 원, 한화생명 83억 원에 이른다. 한화생명의 경우 특약뿐 아니라 주계약에 재해사망보장을 약속한 계약까지 포함하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규모는 1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중징계 사전통보가 압박용 카드에 그칠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생명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생명보험회사들은 소명자료 제출과정뿐 아니라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