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의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여론조사 법제화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여론조사 문제와 과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문제점으로 표본집단 구성방식을 꼽았다.
확률적 표집방법(주어진 표집을 얻을 확률을 객관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표집방법)이 아니라 성·연령·지역별 인원을 ‘할당’해 여론조사 표집인원을 구성함(할당표집)으로써 제대로 된 여론이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할당표집은 20대이면서 서울에 사는 남자를 몇 퍼센트까지 꼭 채워야 하는 것”이라며 “하룻밤 사이에 여론조사를 하는데 20대 남자가 여론조사에 응답하겠다고 끝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이를테면 여론조사에 끝까지 응답한 20대 남자들의 의견만 잡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를 해석하면서 ‘보수 과표집’으로 분석하는 것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몇%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중도인지에 대한 자료 기반 논의도 없이 여론조사에 보수가 많이 응답했으니 윤석열 지지가 높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확률표집 독려 △여론조사 정보공개 강화 △조사의뢰자의 각성 등을 제안했다.
특히 여론조사 의뢰자에 관해 “언론사 및 정당이 정치 여론조사의 주요 의뢰자”라며 “이들이 조사 품질이 아닌 조사비용에만 신경 쓰거나 자료의 품질이 아닌 조사 정보를 활용한 정치적 목적만 고려해 주문할 때 조사 생태계는 위기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나왔다. 가상번호(통신사로부터 익명처리 된 번호)를 활용하는 여론조사는 확률적 표집에 가깝게 표본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조사는 외국에서 찾을 수 없는 매우 효율적 조사방법”이라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개되는 정보로 해당 여론조사에 관해 편향성 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시장에서 옥석을 가려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참고할 만한 여론조사라고 판단할 기준으로 응답률, 조사비용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22대 총선 국면에서 실시됐던 국내 주요 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 후보’에 더 기울어져 있었던 사례와 2025년 들어 NBS(전국지표조사), 리얼미터 조사의 응답률이 그동안 평균치보다 높아진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법률로 획일적 규제를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은 최근 편향적 문항 설계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여론조사 관련 법률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여론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민주주의 공론장을 어지럽히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민주당 여론조사 특별위원장은 ‘명태균 여론조작’을 언급한 뒤 “현행 여론조사가 얼마나 취약한지,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이 얼마나 위협받는지 크게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민주당 특위는 더 늦기 전에 명태균 사태에서 드러난 여론조사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제도 개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