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봉 풀무원 '글로벌' 가야 하는데 뒷걸음질 친 재무건전성이 발목 잡나

▲ 이우봉 풀무원 신임 총괄 대표이사가 올해도 '글로벌' 영역 확장에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

[비즈니스포스트] 이우봉 풀무원 신임 총괄 대표이사는 취임 후 ‘글로벌’을 강조하며 해외시장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전사적으로 해외사업에 전력을 쏟아부으며 올해부터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풀무원의 재무건전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해외법인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투입되는 자금이 누적되며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서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내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풀무원의 경우 글로벌화에 쏟아붓는 자금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성과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풀무원이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재무 안정성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풀무원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올해도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화’를 선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우봉 대표는 1월 열린 취임식에서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개념을 지속가능식품과 지속가능식생활로 확장하고 글로벌 K푸드 식문화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며 “풀무원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지속가능식품·식생활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내수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로 인해 해외시장 공략이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풀무원을 비롯해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등 대다수의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풀무원의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풀무원의 지난해 3분기 부채총계는 1조6974억 원, 자본총계는 5286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321.1%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동종업계 삼양식품과 CJ제일제당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과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각각 141.4%와 101.0%로 풀무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높은 부채비율만큼 이자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풀무원의 이자비용은 2021년 292억 원, 2022년 367억 원, 2023년 551억 원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해외법인에 대한 꾸준한 재무적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무적 투자를 내부 자금만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부채비율 확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풀무원은 2022년 453억 원을 미국법인 풀무원USA에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 풀무원USA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709억 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일본법인 아사히코에도 2018년 390억 원, 2021년 109억 원, 2022년 453억 원, 지난해 257억 원을 투입했다.
 
이우봉 풀무원 '글로벌' 가야 하는데 뒷걸음질 친 재무건전성이 발목 잡나

▲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법인을 중심으로 영업손실을 크게 개선한 만큼 올해 턴어라운드를 기대해보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풀무원USA 공장. <풀무원>


그러나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 성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 진출에 나선 이후 아직 해외에서 연간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풀무원의 해외 식품 부문 영업손실은 2019년 362억 원, 2020년 42억 원, 2021년 265억 원, 2022년 455억 원, 2023년 2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풀무원의 재무 상황이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풀무원의 재무제표에서 자본으로 처리된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 3255억 원을 부채로 재분류할 경우 부채총계는 2조229억 원, 자본총계는 2031억 원으로 수정된다. 이 경우 부채비율은 321.1%에서 996.0%로 급등한다.

풀무원은 회계 기준에 따라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회계적으로는 적법한 방식이다.

다만 일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풀무원의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이 아닌 부채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적되는 부분은 풀무원이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에 ‘변경금리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당 조건에 따라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상승하게 되며 기업은 이를 감당하기 위해 차환이나 조기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보다는 부채의 특성에 더 가깝다.

풀무원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의 경우 미상환시 5년마다 만기보장수익률에 2.5%포인트를 가산하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금리 변동 시점마다 풀무원이 대부분 차환을 선택해 왔고 발행 목적 역시 장기 자본 확충보다는 운영자금 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풀무원은 2024년 3분기 제66회 공모 전환사채의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했으나 이를 위해 같은 해 7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부채 감축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차환을 이어가며 부채감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전환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이 부채의 성격이 더 짙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금융비용 규모가 상당해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사이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2024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21.1%에 이를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인 100~150%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높은 부채비율은 결국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회사채 발행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차입금 조달 금리가 인상돼 연간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의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영업손실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해외사업에서 어느 정도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