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가계부채 부실화가 외화 유동성 위기 부를 수도"  
▲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점에서 열린 ‘하나금융투자 2017년 리서치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가계부채 증가로 시작될 수 있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뜻하는 ‘스칸디나비아형 경제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점에서 열린 ‘하나금융투자 2017년 리서치포럼’에서 “2017년 한국경제는 대외적 요인보다 가계부채 증가 등 한국의 고유한 리스크 요인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3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 부동산 경기부진과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의 자본적정성 약화로 이어지면서 국내증시와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식 외화유동성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10월 기준으로 외환 375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제결제은행(BIS)의 기준에 따라 대외채무 등을 포함해 산정하는 적정외환보유액 3656억 달러와 차이가 적어 외화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최 회장은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가계부채 증가세뿐 아니라 부동산경기 부진, 김영란법, ‘최순실 게이트’ 등 한국 고유의 리스크 요인이 지나치게 많다”며 “미세조정 등으로 외화유동성을 챙기고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내부적인 리스크 요인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이 한국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최 회장은 바라봤다.

최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공약 등을 감안하면 미국 기준금리도 완만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화당이 기축통화국으로서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파악했다.

최 회장은 “미국은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오면 주도권이 세지는데 공화당은 ‘강한 미국’을 추구하고 트럼프 당선인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관료 선임과 의회지도자 면담 등을 보면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리거나 현재 금리를 유지하는 일도 어려울 것으로 최 회장은 내다봤다.

그는 “외국계 채권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차이를 이유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외환보유고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외환관리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저금리가 국내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울 수도 있어 저금리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회장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신흥국가의 경제변화 등도 2017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과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거쳐 미국 공화당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으로 3년 동안 일하면서 미국 정치와 경제의 전문성을 쌓았다. 6월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