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자택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 규제를 풀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와 희귀광물의 자국 내 채굴을 늘리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처럼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상태가 지속하면 희토류와 희귀광물이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나 배터리 가격이 오를 공산이 큰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뒤 미국이 새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씽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25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정부에 희토류와 희귀광물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정책 제언에는 행정 부서를 신설해 채굴 허가 절차를 간소화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방안이 포함됐다. 새 행정부에서 희토류와 희귀광물에 중국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와 경제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CSIS는 희토류와 희귀광물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혁신적인 정책 도구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이런 제언에 화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희토류와 희귀광물 공급망 확충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미국 내 환경 규제를 완화해 국내 광산 개발에 걸림돌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희토류는 채굴과 정제 그리고 가공 과정에서 화학 약품을 다량 사용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생산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철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희토류 주요 생산국으로 만들기 위해 관련 환경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정부 시절에도 필수광물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2020년 발동했던 행정명령 13953호에는 중국을 공급망 안보 위협국이라고 직접 명시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를 2기 정부에서도 이어갈 공산이 크다.
▲ 미국 희토류 기업 MP머터리얼즈 관계자가 2020년 1월 광물을 손에 들고 있다. <연합뉴스> |
트럼프 2기 정부가 희토류 채굴을 장려해 공급을 늘리는 일은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자극 받아 희토류 공급망을 옥죈다면 이를 필수 재료로 사용하는 첨단 제조품 가격이 치솟을 수도 있다.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공급의 60% 그리고 제련 공정의 90%를 점유할 정도로 공급망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티모니와 갈륨 그리고 게르마늄 등 희토류를 서방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에 해당 광물 배송과 사용 정보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만드는 규정을 지난 10월1일부터 시행했다.
중국 국영기업이 희토류 채굴 기업을 인수해 통제력을 키우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희토류 공급이 줄어들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최종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23억 미터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돼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원자재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와이오밍주 미개발지에 묻힌 희토류 매장량을 놓고 전 세계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트 2기 정부가 들어서 환경 규제를 철폐해 희토류 생산을 수월하게 만들면 미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선 중국과 견줄 수 있는 새 공급처로 떠올라 반도체와 배터리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SIS는 “희토류와 희귀광물 안보 강화는 트럼프 당선자가 속한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도 합의한 문제”라고 짚으며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하면 의회 반대 없이 공약 이행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