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해’인 태블릿이 ‘지는 해’ PC를 바라보고 있다. PC명가 소니는 아예 PC사업을 포기해버렸다. HP와 DELL, 레노버는 기업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급화 전략과 태블릿PC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그런데 LG전자는 어느 한가지도 시원치 않다. 그래서 고민도 깊다.


  철수냐 변화냐, PC 해법 못찾는 LG전자  
▲ 구본무 LG그룹 회장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8일 “올해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이 3억1,500만대에 이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태블릿PC의 점유율이 노트북을 비롯한 전체 모바일PC 시장의 6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년 뒤인 2017년엔 4억5,500만대를 기록하면서 점유율이 75%까지 치솟을 거란 예상도 있다. 반면 PC출하량은 꾸준히 감소해 1억3,40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 거스를 수 없는 ‘태블릿PC 대세론’


태블릿PC 대세론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니처럼 변화를 거부한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7일 구조조정 발표를 통해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인 ‘바이오(VAIO)’를 포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소니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세계 시장에서 17%라는 준수한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소니는 PC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에 태블릿PC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소니의 야심작인 ‘하이브리드 PC’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시장 점유율은 8%대로 추락했다.


소니의 추락은 이제 PC산업이 본격적으로 사양산업임을 보여준다. 시장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PC 출하량이 3억1,590만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2012년에 비해 10%나 줄어든 수치이다. 7분기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미카코 키타가와 수석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PC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신흥시장에서 태블릿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해 PC 판매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ID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은 2억2,930만 대에 달한다. 올해는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점유율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있다.


  철수냐 변화냐, PC 해법 못찾는 LG전자  
▲ 소니의 하이브리드 PC VAIO DUO 11
애플은 태블릿PC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5일 카날리스는 애플이 지난해 4분기만 3,090만대의 PC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중에서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2,600만 대로 84%를 차지했다. 애플이 여전히 ‘맥(Mac)’이라는 프리미엄 PC 브랜드를 판매중이지만 사업 중심을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옮긴지 오래다.


레노버는 보급형 태블릿PC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2009년 “앞으로 PC는 길어야 40년 밖에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PC산업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PC플러스 전략’을 세웠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레노버는 지난해 4분기 약 1,500만대의 출하량과 18.6%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 앞서가는 삼성전자. 뒤쳐지는 LG전자


삼성전자도 PC업계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다. 삼성전자는 PC사업을 담당하던 IT솔루션 사업부를 2012년 무선사업부에 통합시켰다. PC산업이 세계적인으로 정체 국면인데다 정부 정책으로 더이상 국내에서 공공기관용 데스크톱PC를 판매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PC사업 규모를 줄이고 올해 600만대 판매라는 낮은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만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노트북 국내시장의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특히 업무와 게임, 그래픽 작업엔 여전히 태블릿PC에 비해 노트북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태블릿PC 판매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함께 프리미엄 태블릿PC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450만 대의 태블릿PC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18.8%로 2012년에 비해 판매량이 85.9%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추격에 대해 업계는 “애플이 예전같지 않은 만큼 올해 태블릿PC시장의 형세가 격변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반면 LG전자는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PC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하지만 자사의 부품을 흡수하는 PC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가 어렵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경쟁하자니 너무 큰 출혈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같이 태블릿PC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여전히 갖지 못한 상황이다. 

  철수냐 변화냐, PC 해법 못찾는 LG전자  
▲ LG전자의 G 패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3일 LG전자는 신제품 발표회를 열어 올인원PC와 울트라북 등을 발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LG전자 제품 전시장을 방문해 “태블릿PC의 배터리는 얼마나 오래 가는가”, “휴대성이 좋은가” 등을 묻기도 했다.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올해 PC생산을 70만대로 축소한 상황이기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키 어렵다.


LG전자의 큰 걱정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는 태블릿PC 사업이다. 2011년 ‘G슬레이트’와 2012년 ‘옵티머스패드 LTE’를 출시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G 패드’를 발표해 반등을 노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LG전자는 최근 G패드를 성과급 대용으로 지급해 오히려 화제가 됐다.


LG전자는 태블릿PC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옵티머스패드 LTE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자 사후지원을 중단했다. 스마트 제품에서 사후지원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는 치명적인 실수다. 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며 한 치의 소홀함도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