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고 하는데, 전력 공급이 부족해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전력원으로 SMR을 낙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MR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소형모듈원전 발주 쏟아진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5년간 62기 수주 목표’ 기술개발 집중

▲ 아마존·구글 등 거대기술 기업들이 SMR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박 회장은 향후 5년간 총 62기의 SMR 모듈 수주라는 공격적 목표를 내걸며, SMR 제작을 단축시킬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아마존은 지난 16일 SMR 도입을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고, 구글은 지난 14일 카이로스파워와 SMR을 통한 전력 수급 계약을 체결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메타, 오픈AI 등 다른 빅테크들도 부족한 전력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SMR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대표주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SMR 개발사 오클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SMR를 개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며 관련 전력 수요는 2020년 241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에는 1063테라와트시(TWh)로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세덴스 리서치는 세계 SMR 시장 규모가 2023년 63억2천만 달러, 2024년 68억8천만 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8.9% 성장해 2034년 161억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SMR 발주가 늘어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주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회사는 미국의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한국 i-SMR 등과 협력해 SMR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고 있으며, SMR 주기기인 노형 기기 제작을 맡는다. 회사는 오는2 029년까지 총 62기의 SMR 모듈 수주 목표로 내걸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SMR 기업들과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2030~2032년까지 전력을 생산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SMR 설계업체는 2025년부터 SMR 기자재를 발주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과 함께 현재 여러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2월 뉴스케일파워와 주단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해 현재 70~80%의 소재를 미리 준비해둔 상황이다. 루마니아 로파워 프로젝트는 2024년 7월 2단계 건설을 완료한 후 2025년 말에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에너지의 SMR 프로젝트는 2020년 10월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는 사업자로 선정돼 초기 자금 8천만 달러를 확보했다. 2027년까지 총 12억 달러 지원이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8월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시제품 제작에 협력 중이다.

미국 다우케미칼은 2023년 5월 텍사스주 산업 단지에 엑스에너지 SMR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 건설을 시작해 2030년 준공 목표다. 

미국 발전 사업자인 에너지 노스웨스트는 2023년 7월 워싱턴주에 12개 모듈이 들어가는 SMR 3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엑스에너지가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물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를 납품한다.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모듈을 준공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발 앞서 수주 역량을 키우기 위해 SMR 모듈 레퍼런스 제작과 함께 제작기간 단축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 발주 쏟아진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5년간 62기 수주 목표’ 기술개발 집중

▲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제작기술을 17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첨단 제작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사진은 제작공정 개발 계획표. <두산에너빌리티>

SMR 시장에서 제작 기간 단축을 위한 기술 확보가 주요 경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첫 단계에서 기존 용해, 주조, 단조, 가공에 11개월이 걸리던 소재 제작과 오프닝 가공용접 공정을 고성능 금속 부품 제조기술인 분말야금-열간정수압 성형(PM-HIP) 기술을 통해 1.5개월로 단축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또 레이저 클래딩 기술을 이용해 3개월이 걸리던 다층용접 클래딩 기간을 1.5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더해 다층용접이 필요한 원주심용접(원통형 부품의 중심부에서 쓰이는 공법) 공정을 전자빔 단층용접으로 대체해 3개월 걸리던 기간을 6일로 단축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년 전부터 SMR 제작을 준비해 핵심 기기인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주단소재부터 최종 시험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 창원 공장 내 소재 공장과 기자재 공장이 통합돼 있어 효율적으로 SMR 모듈을 제작할 수 있다.

박 회장은 과거 “원전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기술, 경쟁력 있는 국내 협력사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SMR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곧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SMR 제작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SMR의 대규모 양산을 위한 첨단 제조 기술 개발과 설비 확충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