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과 모하비 단종하는 기아, '아픈 손가락' 자르고 전기차 전환 가속

▲ 기아가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판매 부진에 빠진 내연기관차 K3와 모하비를 단종하고, 같은 차급의 전기차 모델에게 바통을 넘긴다. 기아는 국내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아픈 손가락'을 잘라내고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가속화한다.

다만 기아는 3년 연속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선제적 전기차 전환 추진은 내수 판매 실적에선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는 오는 7월 오토랜드 화성에서 K3와 모하비 생산을 중단한다.

오토랜드 화성 1공장은 현재 K3와 모하비, 쏘렌토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K3와 모하비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내년 상반기 기아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생산한다.

기아는 타스만 생산 개시 이전까지 쏘렌토 생산에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쏘렌토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유일하게 3만 대 넘는 판매실적(3만4794대)을 올리며, 압도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차다. 그중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2만4898대로 판매 비중의 70%를 넘어선다. 회사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 관계자는 "K3와 모하비 생산 중단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아는 2021년 국내에서 47만2701대의 승용차를 팔아 사상 처음으로 현대자동차(43만3774대)를 제치고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고, 작년까지 3년 내리 1위를 지켰다. 기아는 올해 들어 1~4월까지도 16만9517대로 현대차(13만505대)에 4만 대 가량 앞선 내수 승용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는 경차 레이, 중형 세단 K5, 소형 SUV 셀토스, 준중형 SUV 스포티지, 중형 SUV 쏘렌토 등 국내 판매 대부분 차급에서 판매 1위 차종을 보유하고 있지다. 하지만 유독 준중형 세단과 준대형 SUV 차급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3과 모하비 단종하는 기아, '아픈 손가락' 자르고 전기차 전환 가속

▲ 기아 모하비. <기아>

K3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5530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경쟁 차종 현대차 아반떼(1만6724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으로 2위를 기록했다.

모하비 부진은 더 심하다. 올 1~4월 1087대가 팔려 제네시스 GV80(1만7636대)과 현대차 팰리세이드(7869대)는 물론 BMW X5(2114대), 메르세데스-벤츠 GLE클래스(1993대), 포르쉐 카이엔(1704대), BMW X6(1093대) 등 수입차에도 밀려 준대형 SUV 판매 7위에 턱걸이하는 수모를 겪었다. 

기아의 두 차종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모델 노후화와 좁은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지적되고 있다.

현행 K3는 2018년 나온 2세대 모델로 2021년 한 차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쳤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됐다.

K3는 현재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되고 있다. 디젤 모델은 2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단종됐다. 아반떼가 가솔린, 하이브리드, LPG 등 3종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모하비는 2008년 출시된 뒤 단 두번의 부분변경을 거쳤을 뿐 완전변경(풀체인지) 없이 1세대 모델이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2019년 9월 2차 페이스리프트에서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주긴 했지만 그 뒤로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반면 경쟁 차종인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내년 초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현재 판매중인 가솔린, 디젤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한다.

기아 두 차종은 현재 후속 모델 출시 계획이 없어 단종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K3의 경우, K4로 이름을 바꾼 후속 모델이 올 하반기 북미에 출시되긴 하지만, 이는 해당지역 전략 모델로 기아 측은 현재로선 K4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의 국내 준중형 세단 차급은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전기차 EV4, 준대형 SUV 차급은 작년 6월 출시한 전기차 EV9이 맡게 됐다.
 
K3과 모하비 단종하는 기아, '아픈 손가락' 자르고 전기차 전환 가속

▲ 기아 EV4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10년 넘게 판매해온 내연기관차 모델을 단종하고 전기차 신차로 전환하면서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3와 모하비가 단종되면 기아의 국내 판매 내연기관차 모델은 기존 12종에서 10종으로 줄어든다. 반면 전기차는 현재 레이 EV, 니로 EV, EV6, EV9 등 4차종에서 내년 7차종으로 증가한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2023 기아 EV 데이'에서 2024년 상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준중형 전기 SUV EV3, 준중형 전기 세단 EV4, 준중형 전기 SUV EV5를 잇달아 국내에 내놓고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달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개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 역시 작년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전기차 200만 대를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혼류 생산 등을 통한 생산 역량 강화, 배터리 개발 역량 확보와 소재 수급 안정화, 수소 생태계 구축 등 전기차 전환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기아와 비교해 보다 큰 그림에 집중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기아와 달리 기존 내연기관차 라인업을 유지 또는 확장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에서 두 회사 사이 일종의 역할분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경향을 내수 판매로만 따져봤을 때,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본격 진입하기 전까지 기아보다 현대차가 판매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