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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공세로 중요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7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가 미로 속에 빠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방안을 주목하게 하고 있다”며 “대규모 전환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대규모 리콜사태에 이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대응이 경영권 후계자로 리더십을 증명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기업가치를 키우면서 30조 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에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해 더욱 기업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지배구조개편 방안은 이미 증권가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를 대표해 이런 방안에 힘을 실어주며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명분을 제공해 줬지만 이 부회장 앞에는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지배구조개편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회적 동의와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으며 지주사체제 전환을 어렵게 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으로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등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을 줄곧 추진해왔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경우 경영정상화와 함께 합병 등 사업구조개편도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서 걸맞는 실적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안착해야 한다.
삼성SDS도 물류사업과 IT서비스사업을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안들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한 내용대로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마지막 단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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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의 삼성물산 서초사옥. |
이런 과정에서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논란을 제거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증권사 CLSA는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하는 시나리오대로 조직개편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할 때 비율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해 삼성물산의 지분을 대량확보하도록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삼성그룹에 대한 공격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어느 정도 타협점을 제시하며 다음수를 노리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이 쉽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그룹의 키를 쥔 이 부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다시 맞대결을 벌일지, 절충을 택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며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