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저커버그 이재용과 ‘AI 반도체’ 동맹 맺나, LG와는 XR 협력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는 확장현실(XR) 사업에서 다각도로 메타와 협력할 방안을 모색했다.

저커버그 CEO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을 만나 오찬 겸 회의를 진행했다. 

저커버그 CEO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10년 만으로, LG를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LG 측은 이번 만남에서 저커버그 CEO와 XR 헤드셋 공동 개발과 관련해 논의했다.

조 사장은 저커버그 CEO를 만난 뒤 "XR 기기의 상용화 시점은 2025년"이라며 "이제 콘셉트는 거의 다 잡았는데, 시장의 여러 요구를 반영하면 조금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직속으로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는 등 XR 헤드셋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메타는 2014년 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해, '메타 퀘스트' 시리즈를 지금까지 2천만 대 넘게 보급한 XR 시장 1위 사업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XR 기기 시장에서 49% 점유율을 차지했다.

LG전자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AR1 1세대’ 칩셋을 적용한 스마트 글래스(안경 형태의 XR 기기)를 2025년까지 출시한다는 당초 계획을 시행하려면 메타와 협력이 필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구글, 퀄컴과 협업해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 입장에서도 XR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 측과 협력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 사장은 "그들(메타)이 가진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위한) 언어 모델과 우리가 가진 전 세계 5억대 이상의 디바이스를 AI에 빠르게 적용해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협력 범위는 굉장히 넓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까지 뛰어든 XR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은 2022년 293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 1천억 달러로 연평균 36%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 온 저커버그 이재용과 ‘AI 반도체’ 동맹 맺나, LG와는 XR 협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저커버그 CEO는 이날 오후 늦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현재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 ‘라마3(Llama)’를 개발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AI칩을 가장 많이 구입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도 엔비디아 AI칩 ‘H100’ 35만 개와 이에 버금가는 AI칩 25만 개 등 총 60만 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다가 범용인공지능(AGI) 구축을 목표로 미국 인디에나주에 8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어, 향후 막대한 규모의 AI 반도체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메타는 자체 AI 반도체 공급을 위해 이 회장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줄 파운드리사를 물색하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TSMC는 이미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의 AI 반도체 생산 주문이 꽉 차있어, 메타의 AI칩까지 생산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파운드리와 손을 잡은 것도 이와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공정의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만큼, 메타에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파운드리 외에도 D램, 낸드플래시, 패키징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메타에게는 좋은 AI 반도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컴퓨팅 랩’ 조직을 만들어 AGI 전용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자체 AGI 칩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보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AI 생태계 구축과 확장의 매력적 파트너로 부상하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