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대형 선박 발주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대신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내 조선사의 수주절벽이 더욱 심화되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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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프람 라스무센 머스크그룹 회장. |
머스크의 인수대상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물망에 오르면서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마이클 프람 라스무센 머스크그룹 회장은 23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조선사에 더 이상 선박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무센 회장은 “선박 공급과잉 상황에서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머스크가 성장하려면 인수를 통해 선박을 확보해야 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선박 공급과잉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발주해 현재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수는 27척으로 전 세계에서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수의 약 17%를 차지한다.
머스크가 선박 발주를 중단할 경우 국내 조선사는 더욱 수주가뭄을 겪게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까지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90억 달러에 이르고 현대중공업도 머스크와 거래를 해오는 등 머스크의 발주물량이 국내 조선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머스크와 각각 11억 달러, 18억 달러 상당의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당시 머스크와 각각 10억 달러 상당의 옵션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2015년 말 대우조선해양에 옵션행사를 취소하고 현대중공업에 옵션행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추가 발주를 중단한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현대중공업에도 옵션계약 파기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선박 전략을 발주에서 인수로 변경하면서 인수대상 물망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오르내리고 있다.
라스무센 회장은 인수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머스크 노선과 겹치는 노선을 운항 중인 해운사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머스크가 운항하지 않는 노선을 보유한 해운사도 고려대상”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가입한 이후 2M을 구성하고 있는 머스크와 MSC 중 한곳이 현대상선을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을 2M에 가입시켜 경쟁력 등을 근거리에 점검한 뒤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2M이 한진해운 자산 등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덜란드 소재 부산항만공사 유럽대표부는 최근 동향 보고서를 통해 머스크와 MSC 중 한곳이 현대상선의 2M 가입과 연계해 한진해운을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국내 해운사 인수에 나설지는 더 두고 봐야할 것”이라면서도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조차 다방면으로 모색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해운업 불황이 심각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머스크는 22일 핵심 사업부인 운송 및 물류 부문은 남기고 석유탐사 등 에너지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