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비주력 사업·지분 대대적 정리, 최창원 '고강도 쇄신' 총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SK그룹의 비주력 사업을 쇄신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총대를 메고 SK그룹의 비주력 사업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최창원 의장은 지난 SK그룹의 투자를 전면 재점검하고, 비주력 자산과 지분 매각을 추진해 대대적 ‘군살 빼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SK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창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뒤 SK그룹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00년 주 5일제 근무 도입 이후 사라졌던 ‘토요일 사장단 회의’가 24년 만에 부활했다. 또 수펙스 임원들은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모두 반납했다.
 
SK그룹 비주력 사업·지분 대대적 정리, 최창원 '고강도 쇄신' 총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이 SK그룹의 쇄신을 위해 총대를 멨다.


또 수펙스와 지주사 SK에 흩어져있던 투자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급격히 몸집을 불려왔다. 이를 통해 2022년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좋았을 때 진행했던 많은 투자가 경기가 악화한 현재 SK그룹의 재무건전성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의 총차입금 규모는 2018년 44조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3년 상반기 말 119조 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 차입금도 30조 원에서 85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무리한 투자 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와 SK E&S가 2021년 공동으로 1조6천억 원을 투자한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가 결과적으로 너무 높은 가격을 지급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투자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플러그파워의 기업가치는 7분의1 토막이 났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9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도 아직까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고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 2년 동안 약 7조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최 의장은 최근 5년 동안 그룹에서 이뤄진 모든 투자건을 점검하며, 대대적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무리하게 사들였던 투자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가 2018~2019년에 사들였던 베트남 마산그룹과 빈그룹 지분은 매각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SK는 마산그룹 지분 9.5%와 빈그룹 지분 6.1%를 취득하는 데 약 1조7100억 원을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일본 반도체기업 키오시아 지분도 매각이 가능한 매물로 꼽힌다.

회사는 베인캐피털이 구성한 펀드에 약 4조 원을 투자해 키옥시아 지분을 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현재 4조~5조 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는 최근 재무적투자자(FI)의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이 발동돼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SK그룹 비주력 사업·지분 대대적 정리, 최창원 '고강도 쇄신' 총대

▲ SK그룹이 올해 비주력 사업과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018년 2조7천억 원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5천억 원대로 떨어져 사실상 SK스퀘어는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1번가 경영권을 포기함으로써 투자 포트폴리오를 건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의장은 과거에도 사업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최 의장이 SK케미칼 경영을 처음 맡았던 2007년에는 매출의 80%가 섬유·유화 사업에서 나왔는데, 약 10년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는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창원 의장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최 의장 선임을 두고 “그 사람(최창원 의장)의 프로페셔널 커리어와 이야기를 해봤을 때 나이나 위치로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돼 있다”며 “그래서 그 일을 맡은 것이고, 앞으로 잘하나 못하나를 보면 될 일”이라며 두터운 신뢰감을 드러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