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경원 동작을 당선인 |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자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대선의 꿈을 품고 다시 당의 부름에 응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또 막판 단일화의 승부수를 던졌던 노회찬 정의당 후보도 주저앉았다.
30일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던 거물들이 고배를 들었다.
◆ 나경원, 화려하게 원내복귀 성공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지역은 서울 동작을이었다. 동작을은 15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지역 유일의 선거구라 상징성도 컸다.
나경원 당선자는 이런 선거구에서 단일화의 역풍에 맞서 929표 차이로 노회찬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나 당선자는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고심을 거듭했던 당 지도부의 요청을 수락했고 승리까지 안겨줬다. 새누리당은 동작을 선거구가 상징성이 높은 만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내세우기 위해 삼고초려했으나 실패하고 나 당선자를 후보로 내세웠다.
나 당선자는 동작구를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벨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강남4구’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 동작을에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덕을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앞서 나갔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는 이런 나 당선자의 우세에 맞서 야권연대를 이뤄 노회찬 후보가 일대일로 맞섰지만 나 당선자의 인지도를 막지 못했다.
나 당선자는 이번에 야권 단일후보를 꺾음으로써 존재감을 당당히 확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 당선자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야권후보에게 패배한 이후 사실상 낭인으로 떠돌았다.
그러나 이번에 재보궐선거에서 귀환에 성공함에 따라 정치적 시련기를 끝내고 당내 유일의 여성 3선 의원으로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나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 이후 당내 손꼽히는 유력 여성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당내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노회찬, 진보의 아이콘 일보직전에서 좌절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 아쉽게 패배했다.
|
|
|
▲ 노회찬 정의당 후보 |
노 후보는 초반 열세를 딛고 야권 단일화라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져 단일후보가 된 뒤 나경원 당선자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불과 1.2%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노 후보는 참패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던 애초의 뜻을 접고 24일을 시한부로 못박으며 야권단일화를 추진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냈다.
노 후보는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철학, 노선이 같다”며 ‘박원순 마케팅’을 내세우며 기 후보 지지표를 흡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노 후보는 나 당선자를 거의 따라잡았으나 역전에 미치지 못했다. 야권 단일화를 이뤘지만 실망한 새정치민주연합 지지표를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이다.
노 후보는 동작을 출마를 선언하며 “이대로 2017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며 “10년 전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정치권 전반의 쇄신을 요청했지만 지금의 정치현실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야권재편의 신호탄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노 후보는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또 노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앞으로 야권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하면서 잠재적 대선주자군에 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이런 모든 기대는 다시 뒤로 밀리게 됐다.
◆ 손학규, 다시 시련의 길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수원병(팔달구)에서 재기에 실패했다. 여당 50년 아성에 정치적 노련함으로 도전했으나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
|
|
▲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손학규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정부여당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야당을 바로 잡고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유권자를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손 후보는 야당의 불모지로 꼽혀온 수원병에 나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선거일 전까지 여론조사 3~4%차를 오가는 초박빙의 승부가 점쳐졌다.
손 후보도 선거 전날인 29일 “(2011년 4월에 치른) 분당을 보궐선거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50년 가까이 여당 후보만 뽑아준 지역표심이 생각보다 견고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원병은 남경필 경기지사 부자가 내리 7선을 한 여당의 전통적 텃밭이었다. 손 후보는 그의 표현대로 ‘사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당의 부름을 받고 나섰지만 결국 패배했다.
손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원죄’를 씻기 위해 부단히 애써 왔다. 손 후보는 당이 어려운 요청을 할 때도 거절하지 못하고 번번이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손 후보가 지역구를 옮긴 것만 해도 경기 광명, 서울 종로, 경기 분당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손 후보가 이번에 승리할 경우 야권에서 대선주자의 반열에 확실히 설 것으로 전망됐다. 손 후보는 지난달 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밝힌 야권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의원, 안철수 대표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 패배로 다시 한번 벌판에 서서 재기를 모색하는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물론 여권 텃밭에서 당이 어려울 때 헌신했다는 명분은 재기의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의 패배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에 실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도권에서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