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에게 2024년 새해가 재정난을 극복하는 전환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힘 빠지는 국제유가에 힘입어 국내 에너지 원가도 하락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2024년 커지는 희망, 힘 빠지는 국제유가 반갑다

▲ 2024년 국제유가 전망을 놓고 올해보다는 힘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러시아 알메티엡스크에 위치한 유전지대의 모습. <연합뉴스>


24일 증권업계 등 전망을 종합해 보면 2024년에 국제유가의 흐름은 대체로 현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는 현재 하향 안정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전거래일인 22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73.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살펴보면 9월에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하락 흐름을 이어가 11월 초 이후 지속적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밑돌고 있다. 12일에는 배럴당 70달러 이하인 68.6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제유가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크나 현재의 세계적 경기침체 국면, 원유 수급 전망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한동안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침체는 원유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영국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4일(현지시각)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선진국 경제가 상당히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원유의 수급 전망 측면에서도 원유 감산을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근 석유수출국 기구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데다 21일에는 지속되는 감산 결정에 반발해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석유수출국기구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해운정보 제공업체인 케이플러(Kpler)의 매트 스미스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는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싸움에서 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상황을 놓고 12월 들어 NH투자증권이 2024년 서부텍사스유 전망치를 배럴당 70~100달러에서 65~95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도 국제유가가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2024년 커지는 희망, 힘 빠지는 국제유가 반갑다

▲ 2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 경유의 판매가격.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경유 판매가격은 11주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국내에 미칠 주요 영향은 에너지 원가의 하락이다. 국제유가의 흐름은 시차를 두고 가스 가격 등을 통해 국내 에너지 원가에 반영된다.

이미 국내 에너지 원가에는 최근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시장운영처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SMP)는 11월에 평균 122.41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5% 하락한 것으로 최근 2년 내 최저치다.

액화천연가스(LNG)의 열랑단가도 11월에 Gcal(기가칼로리)당 8만2497원으로 2022년 11월과 비교하면 46.4%가 떨어졌다.

에너지 원가의 하락은 한전과 가스공사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이 에너지 원가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2년여 동안 ‘밑지는 장사’를 이어와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면서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가 47조 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역시 원가보다 낮은 가스요금을 받을 때 못 받은 돈을 회계상 분리해 두는 ‘미수금’ 규모가 올해 3분기까지 12조 원을 웃돌 정도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현재 수준에서 인하하지 않는다면 낮아진 에너지 원가와 각 요금 간 마진 개선으로 한전과 가스공사에 영업이익이 늘게 된다. 한전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지고 있는 부채의 감축, 가스공사는 미수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정부 역시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정난을 심각하게 보는 만큼 한동안 전기요금, 가스공사 요금의 인하를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1일 2024년 1분기 전기요금을 놓고 연료비조정단가와 관련해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동결을 결정하면서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