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국감장에 등장하자 여당은 가스공사 부실경영 문제 등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 전 사장이 호화 출장과 기관 인사 등 여러 의혹에 석연찮은 해명을 하자 국감장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며 세계 정세 변화에 따른 공급망 확보 등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정책 논의는 색이 바랬다.
 
정책 논의 실종 산업부 종합국감, 전 가스공사 사장 채희봉 등장에 정쟁으로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0월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일반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석에 서자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바로 공세에 나섰다.

노 의원은 “출장을 가서 1박에 260만 원짜리 호화로운 방에서 지냈다”며 “단 하루에 최저생계로 생활하시는 분들의 6개월치 비용을 지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사장은 논란을 사과하면서도 해당 방을 예약한 것은 회의와 보고를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는 “출장비로 논란을 일으킨 데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쓴 방은 회의나 보고용으로도 같이 썼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채 전 사장의 변명을 듣자 어이가 없다는 듯 “회의를 꼭 그렇게 260만 원짜리 방에서 해야 했나”며 “제가 찾아봤는데 정말 사람들은 상상을 못 할 정도로 호화 호텔이었다”고 꼬집었다.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채 전 사장 공격에 가담했다. 그는 채 전 사장의 한국가스공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징계 이력이 없던 14명의 직원을 최대 36개월 동안 무보직자로 둔 것이 확인됐다”며 “가스공사 미수금이 거의 수조 원에 이르고 LNG 사태로 모든 인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사람을 무보직으로 둔 것은 사실상 인민재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 전 사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무보직을 희망한 사람이 있었다”며 “과거 징계가 없던 사람 가운데 무보직 발령이 난 사람에는 향응을 받거나 안전사고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채 전 사장의 가스도입단가가 중국·일본·대만에 비해 200달러 이상 높았던 점을 지적하며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 의원은 “증인이 2022년에 쓴 가스도입단가가 국가 예산의 10%가 넘었다”며 “만일 증인이 좀 더 현명하게 경영을 했다면 최소 16조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 전 사장은 가스도입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과거 정부에서 장기도입계약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는 “저희들이 장기도입계약을 했다면 가스도입단가가 올라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존에 장기도입계약을 활성화 했다면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가스를 들여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증인은 3년이나 가스공사 사장으로 있었다”고 지적하자 채 전 사장은 “의원님, 장기도입계약은 5년에서 7년이 걸립니다”고 대답했다.
 
정책 논의 실종 산업부 종합국감, 전 가스공사 사장 채희봉 등장에 정쟁으로

▲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종합감사는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증인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존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쟁점들이 다시 한 번 오르내리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 실적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산업부에서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를 위한 실천 강령을 마련했는데 오히려 대상 기관의 전력 사용량은 0.3%가 증가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공공기관도 42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산업부 산하기관 에너지 공기업의 전력 사용량도 데이터 확인이 불가능했다”며 “이러한 기관에 설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전력 사용량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산업부의 에너지 캐시백 정책 미흡도 비판했다.

그는 “산업부 공무원들과 산업부 산하기관 임직원들의 가입률을 조사했더니 산업부 과장 이상 162명 가운데 가입 인원은 53명이고 한국전력은 현재 인원 대비 36%만 가입을 했다”며 “가입자가 20명도 안 되는 곳이 산업부 산하기관의 절반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희귀금속 비축 대책과 관련해 질의했다.

홍 의원은 “한국의 산업구조는 중국에서 소재를 확보하고 미국에 판매하는 식으로 양측에 동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각적 통상 대응이 필요하며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나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가 장기적 과제라는 점은 알고 있으나 아직 탐사 단계에 놓여있기에 막연히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서 중국에만 매장된 광물도 꽤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정부가 중국과 협력 관계도 잘 챙기고 있느냐”고 짚었다.

이 의원은 희소금속 비축기지가 과포화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희소금속들이 들어와야 되는데 현재 창고 비축기지가 98.5% 다 차 있고 2026년이 되면 99.6%까지 과포화될 상태”라며 “새로운 비축기지를 신속히 건설하는 동시에 창고 같은 것도 임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를 해야 된다”고 진단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