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구상이 있음을 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11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SK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해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SK그룹 최태원 "경영권 승계 구상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이례적으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을 놓고 “정말 고민 중이고 그것(승계)을 준비해야 한다”며 “만약 내가 어떤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SK그룹 전체를 이끌 것인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최 회장을 놓고 ‘순자산 23억 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로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점도 짚었다.

최 회장은 “지정학적 갈등 문제로 배터리 공급망 일정이 변경됐다”며 “미중 갈등이 없었다면 실제 배터리 분야의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이 배터리 제조에 핵심자원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원재료를 중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은 미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따라잡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미국에 3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준비를 해왔고 미국 정부로부터 92억 달러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SK온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를 중국 이외에 곳에서 찾아야 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배터리 소재를 100% 중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SK온은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소재를 받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최근 아프리카와 남미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 회장이 SK그룹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반입하는 것을 놓고 미국 정부가 무기한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내놨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는 일종의 상품으로써 그 자체에 엄격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장비를 중국으로 계속 반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점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