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팀 쿡 CEO 취임 이후에도 애플이 노동착취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 현직 직원 2만1천명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고 23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애플이 점심시간 등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며 이는 캘리포니아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직원들은 애플의 대리점 직원이나 콜센터 직원 등 시간제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또 본사에서 근무중이거나 근무하다 그만둔 엔지니어들도 일부 소송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맡은 타일러 빌롱 변호사는 "애플은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7~8시간 근무를 시키면서 전혀 휴식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애플은 의도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이는 캘리포니아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규모나 액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IT 업계와 법률전문가들은 소송가액이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소송은 2011년 처음 제기됐다. 애플 매장과 본사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 4명이 처음 소송을 제기하자 비슷한 사례를 겪은 직원들이 가담하면서 소송인원이 2만 여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업무시작 5시간 이내에 점심시간으로 30분의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4시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6~10시간의 교대근무에 두 번째 휴식시간을 주도록 돼 있다.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의 로널드 프레이저 판사는 애플이 노동법 위반을 위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애플은 처음 소송을 당한 뒤 2012년 8월 캘리포니아주 법에 맞게 직원들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다. 따라서 이번 집단소송의 대상은 2007년 12월 이후부터 정책변경 전까지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애플의 이미지 갈수록 추락

애플이 직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하청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가방검사를 해 소송을 당한 적 있다.

애플스토어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매일 매장을 출입할 때마다 소지품 검사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5~30분씩 퇴근이나 점심시간이 늦어졌다며 초과근무에 대한 급료를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낸 직원들은 가방검사에 걸린 시간을 급료로 환산하면 애플로부터 연간 1천500달러 가량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소송을 당하자 제품유출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방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직원들의 인권과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팍스콘 중국공장에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금 때문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근로자 투신사건이 17차례나 일어났다.

국제적으로 노동착취 기업이라는 오명이 확산되자 팀 쿡 CEO는 중국 팍스콘 공장을 직접 방문해 비난여론을 잠재우러 나서기도 했다.

그는 또 2012년 2월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테크놀러지 앤 인터넷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모든 근로자들이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며 "애플의 공급업체들은 애플과 사업을 위해서 이를 부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팀 쿡이 최고경영자를 맡은 뒤 애플직원들의 이직 희망률이 높아졌다는 조사가 발표되는 등 애플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한 소셜데이팅 회사가 5개 IT업체 직원 가운데 어느 회사 직원이 데이트 상대로 적합한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애플 직원은 0.2%로 꼴찌를 기록했다. 아마존 직원들이 데이트 상대 호감도가 가장 높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페이스북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