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뉴노멀 되나, 기후재앙 급증하자 '탄소 감축 강화론' 힘 얻어

▲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고 있다. 7월 들어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과 폭우로 기후재앙이 급증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가 온난화되면서 점점 더 자주 발생하는 기상이변은 인간 건강, 생태계, 경제, 농업, 에너지, 물 공급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가능한 한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한다. 또한 불행하게도 뉴노멀(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는 기상이변에 사회가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18일 성명을 통해 극한의 기상현상이 더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2년 보고서에서 최근 8년(2015~2022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였고 이런 지구 온난화가 폭염, 폭우 등 극심한 기상현상과 가뭄, 홍수 등 재난을 불러와 재난 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에 나올 세계기상기구의 2023년 보고서에서는 여러 기록이 새로 작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우 현상이 예측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7월로 범위를 좁혀보더라도 재난을 키우는 징후가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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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한 저수지가 말라 있는 모습. < Getty Images >

◆ 역사상 가장 더운 7월, 예측을 넘어선 가뭄으로 신음하는 북반구

전 세계적으로 건조한 날씨 탓에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다.

20일 미국 해양대기청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텍사스는 중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은 텍사스 일부 지역이 가뭄 판단 단계에서 가장 높은 범주인 ‘예외적 가뭄(exceptional drought)’ 상태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텍사스 중부의 블랑코 카운티 당국은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자 지역 주민들에 물 사용을 중단해 달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폭염에 시달리는 국가들이 심한 가뭄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 남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이 같은 가뭄 현상은 유럽의 올리브유 가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럽 올리브 가격은 7월 들어 킬로그램(kg)당 7유로(약 1만 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킬로그램당 4유로(약 5700원)를 넘긴 뒤 지속해서 상승했는데 이는 세계 최대 올리브 재배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중국에서는 수력발전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쓰촨성 지역이 가뭄으로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쓰촨성은 지난해에도 가뭄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란도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로 시골뿐 아니라 수도 테헤란의 시민들까지 원활한 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뭄이 이어지는 핵심 원인으로는 7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해진 폭염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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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양대기청(NOAA)가 13일 발간한 월간 지구 기후 보고서(global climate report)에서 6월에 발생한 중요한 기후 사건을 표시한 세계 지도. 붉은색 온도계로 표시된 지역은 6월 기온이 역대 월별 기온 가운데 손꼽히는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해양대기청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은 7월 들어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16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54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지구상 역대 최고기온은 데스밸리에서 확인된 1913년 56.7도인데 110년 만에 이 최고기록에 육박한 것이다.

텍사스에서는 9일 국경도시 델리오가 섭씨 46도에 육박하는 등 7월 내내 낮 최고기온이 섭씨 37.7도(화씨 100도)를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는 20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46.1도까지 오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7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낮 최고기온이 43.3도를 웃돌았다.

유럽은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선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서고 이다.

유럽에서 폭염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는 나라로는 이탈리아가 꼽힌다. 18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1.8도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 남부의 사르데냐섬과 시칠리아섬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도에 육박했다.

유럽 우주국(ESA)은 사르데냐섬과 시칠리아섬의 낮 최고기온이 앞으로 며칠 동안 섭씨 48도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기록된 가장 높은 온도는 2021년 8월 시칠리아섬의 48.8도인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한 저지대는 16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52.2도를 나타냈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고기온으로 기록됐다.

이란에서는 수도 테헤란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16일 낮에는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의 체감온도가 66.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연합(EU) 기후 관측 기관 코페르니쿠스 등은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한 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7월 초에는 일주일 동안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사상 ‘가장 더운 날’ 기록이 3번이나 깨졌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3일 세계 평균기온은 섭씨 17.01도로 2016년 8월의 16.9도 기록을 넘어섰다. 이어 4일과 6일에는 각각 평균기온이 섭씨 17.18도, 17.23도까지 오르며 곧바로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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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충북 미호강의 지류 하천인 병천천이 범람해 오송읍 인근 도로에 물이 흘러 드는 모습. <연합뉴스>

◆ 한국 덮친 폭우, 전 세계도 홍수로 피해 속출

북반구 여러 지역이 폭염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지역들은 폭우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폭우에 대규모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이어졌던 5일부터 18일까지 2주 동안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396.7mm로 평년(154.0mm)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이로 인해 충북 오송에서는 15일 미호강이 범람해 다량의 물이 궁평 제2지하차도로 유입돼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폭우에 따른 피해는 충청도와 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이 기간 충북도에는 누적으로 523.6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평년(153.7mm)과 비교해 3.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충남도와 전북도는 각각 누적 강수량 528.7mm를 기록해 평년보다 3배 이상의 비가 내렸다. 전남도와 경북도, 경남도 등 다른 남부지역에도 400mm 안팎의 비가 쏟아지며 평년에 비해 2.5배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폭우 피해는 인도에서도 크게 발생했다. 

인도 서부에서는 19일 밤 폭우 탓에 발생한 산사태가 마을을 덥쳐 최소 10명의 현지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기(몬순) 강수량이 이미 평년의 8%를 넘어섰다. 인도의 우기는 6월에서 9월까지인데 절반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평년 강수량을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인도 북부를 흐르는 야무나강의 수위는 18일 기준 152m까지 상승해 범람 위험 수위(152.4m)에 육박했고 이로 인해 세계적 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이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기상이변 뉴노멀 되나, 기후재앙 급증하자 '탄소 감축 강화론' 힘 얻어

▲ 18일 인도의 타지마할 근처의 야무나강의 수위가 높아져 인근 건물이 침구 위기에 처한 모습. <연합뉴스>

◆ 기후변화 임계점 넘을라, 유럽연합 중심 온실가스 감축 상향 논의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앙이 닥치며 기후변화가 임계점 즉 돌이킬 수 없이 변화하는 지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시키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후 목표를 지닌 유럽연합 국가들은 올해 11월 말 시작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 잡을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 초안에 따르면 유럽연합 국가들은 1990년과 비교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7% 감축할 수 있다고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유럽연합 국가들이 설정한 목표는 이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줄이는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탄소 배출국인 유럽연합의 새로운 목표는 올해 COP28을 앞두고 다른 국가들에 친환경 목표(Green Goals)를 더 높이라는 압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