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읽는 경제] 멸종위기 '붉은점모시나비'가 인류에게 중요한 이유](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306/20230623084349_145075.jpg)
▲ 등검은말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숨쉬기가 어렵고 토할 것 같더니 가려워지면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았다. 말로만 듣던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내게 왔다. 자주 쏘이다 보니 말벌의 독에 방어하는 생체반응이 과잉으로 작용해 나를 방어해 준 것이 아니라 실신하게 만든 것.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혈압이 80까지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119에 연락을 하고 하염없이 앰뷸런스를 기다렸다. 구급차를 기다리는데 20분, 싣고 병원까지 가는데 20분.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내 곁에서 아내는 계속 경련을 일으키는 나를 진정시키느라 온 힘을 다했다.
내가 멀미에 토까지 하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아내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한다. 119가 늦게 출동하고 늦게 후송한 것이 아니라 연구소가 산속 깊숙이 있으니 할 수 없는 일!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하여 주사를 맞고 정신을 좀 차리자 아내는 울면서 “이제 그만하자” 한다. 누가 산속에 살라 부탁한 적도 없고 강요한 적도 없다. 멸종위기종 살려보겠다고, 환경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보겠다고 산속으로 들어온 내 잘못. 자칫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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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에 실린 필자.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30년 산속 생활을 정리하고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그나마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으니 도시로 이사하자며 아내에게 설득을 당하면서도 정신이 좀 들자 붉은점모시나비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번식을 마치고 생을 마감하고 있는 그들의 시신도 거두어 줘야 하고 붉은점모시나비의 자손인 알도 살뜰히 챙겨야 할 때인데 이렇게 병원에 누워있으니.
1997년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연구소를 차리려 할 때 주변 지인들은 미친 짓이라며 걱정을 했다. ‘자연이나 생태’ 같은 단어들이 아주 생소했고 생물을 소재로 무엇을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던 시대에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특별한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큰 고생을 했다.
그러나 2005년 붉은점모시나비를 만나면서부터 차고 넘치는 큰 복을 받았다. 거의 20여 년 동안 고귀한 붉은점모시나비를 연구하면서 얼마나 신비롭고 행복했는지! 붉은점모시나비는 내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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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짓기 중인 붉은점모시나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연구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이론이나 자료를 만들고 저술로 다른 연구자들에게 알려 연구 활동의 잠재적인 가치를 확인시키는 작업이다. 붉은점모시나비를 연구하게 된 첫 단추는 영하 48도에 견딜 수 있는 내한성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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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percooling point graph.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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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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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치주염에 대한 항균 활성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한 논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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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붉은점모시나비의 발달 단계별 유전자 발현 패턴 논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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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가 아토피 피부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논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심층적, 실질적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 붉은점모시나비가 치주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제 후보 물질이 탁월한 치료제로 상용화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먹이 식물인 기린초와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체내 물질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연구 설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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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먹이 식물인 기린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멸종의 위기에 놓인 ‘붉은점모시나비’ 그리고 여러 곤충들에 대한 연민을 가져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나 미래를 책임질 발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곤충을 알면 정말 경제가 보인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