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가 복지국가이다 보니 세금이 한국보다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세금 계산 중인 여성 이미지 (Open AI DA) <캐나다홍작가>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 5월, 캐나다는 4월이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캐나다에서는 월급 받는 직장인 및 사업자는 물론이고, 단기 아르바이트 소득자나 무소득자도 대부분 이때 신고를 한다. 소득이 없어도, 또는 소득이 적기 때문에 이것저것 받을 수 있는 공제나 혜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마흔에 은퇴하고 캐나다 이민을 준비할 때 두 나라의 세법을 비교하며 공부했다. 숫자들을 챙겨가며 구체적으로 살피다 보니 두 나라 세금에 대해 막연히 추측해오던 것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놀라게 되었다.
한국보다 혜택이 많은 복지국가 캐나다의 세금이 한국보다 훨씬 높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경우에 따라 캐나다의 세금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적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4, 5월 세금 신고의 달을 맞아 이번 칼럼에서는 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보를 알수록 운신의 폭은 커지는 법이다.
우선 연간 순소득 1200만 원 이하 최저소득층의 경우 한국은 6.6%(국세 6% + 지방세 0.6%)를 세금으로 내지만 캐나다는 0원이다. 캐나다의 최저세율은 20%부터 시작하지만(연방정부세율 15% + 주정부세율 약 5%) 저 정도 액수까지가 기본 개인공제 액수라서 세금이 0이 된다. 한국도 개인공제가 있지만 소득 중 150만 원 정도라서 상대적으로 큰 혜택은 아니다.
그 위 소득층과 중위소득층, 고소득층에서도 한국과 캐나다의 납부 액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은 국세인 소득세와 그 10%인 지방세를 내며 소득의 약 7%인 의료보험료도 소득과 관련해 납부할 액수에 속한다. 자산이 많으면 의료보험료가 약간 더 올라간다.
반면 캐나다는 공공의료를 실시하면서도 의료보험료를 따로 걷지 않고 기존 세금으로 충당하는 편이다. 캐나다는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과 주정부에 내는 세금이 있다. 이 둘을 합친 캐나다의 세율은 의료보험료 및 지방세를 포함한 한국의 소득 구간별 세율과 비슷하거나 적은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순소득 2억 원 정도인 사람은 그 소득의 38%의 세율과 그 10%꼴의 지방세(소득의 약 3.8%), 소득의 7%꼴인 의료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는 그 절반). 순수익의 약 50%(누진공제액 제해야 함) 정도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에 사는 순소득 2억원인 사람이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에 도합 약 48%를 세금으로 낸다. (누진공제액 제해야 함)
재산세의 경우도 한국에 더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캐나다와 한국 모두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내게 한다. 캐나다는 주마다 재산세율이 다른데 평균적으로 1% 내외이다. 한국은 기본 재산세율 자체는 약 0.25% 전후라서 캐나다보다 낮다. 하지만 종부세라는 특별재산세를 걷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부자라면 캐나다의 평균 1%보다 두세 배 높은 재산세를 내면서 한국에 사는 것이다.
양도세의 경우도 한국이 캐나다보다 약 2배가량 높다. 두 나라의 양도소득별 최고세율은 비슷한 편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양도수익의 절반을 일단 공제한 뒤에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게 하므로 한국 양도세액의 절반 꼴이 된다. 집을 팔든 주식을 팔든 양도소득에 대해 일단 50%를 공제하고 시작하는 것이 한국과 다른 캐나다의 양도세 혜택이다.
끝으로 상속세 증여세의 경우는 한국에만 높은 세율이 존재한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의 상속세 증여세 세율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최고구간의 경우 50%나 된다. 캐나다는 증여세나 상속세가 없다.
캐나다에서 현금을 증여할 때는 납세의무가 없으며, 집을 물려주는 경우에도 증여세나 상속세처럼 특별히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붙지 않는다. 준 사람과 받은 사람 간에 마치 집 매매가 일어난 것처럼 간주해서 준 사람은 산 가격과 줄 때의 집 가격 차이에 맞는 양도세를 내고, 받는 사람은 1% 남짓한 취득세를 낸다. 부부간 증여 등에서는 이것조차 공제되는 제도도 있다.
부자 이민자들 중에는 증여나 상속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왔다. 세율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간 소득세 낼 거 다 내고 모은 자산을 자식 등에게 물려주는데 왜 또 수십%의 세금이 붙느냐는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이다.
▲ 캐나다 동부 4월의 깨끗한 봄 하늘. <캐나다홍작가> |
막연한 추측과 정확한 사실은 다르다. 복지국가 캐나다보다 더한 세금을 내면서 혜택은 적게 받고 사는 한국인이 꽤 많다는 점은 충격이다. 특히 한국에서 높은 세금 꼬박꼬박 내는 고소득자라면 캐나다 이민으로 더 높은 세금에 허덕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법하다.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수 없었으나 내 인생의 중후반부를 어디에서 보낼지는 다행히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한국의 국력이 늘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한국과는 또 다른 사회를 꿈꾸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나에게는 미세먼지가 캐나다 이민의 이유였지만 누군가는 아이 교육 문제, 정치적 문제나 증여 문제 등이 이민의 이유가 되고 있다. 아는 것이 늘수록 용기 낼 힘도 생긴다. 오늘의 칼럼이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캐나다홍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