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행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회사와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리를 오해한 피고(금융감독원)가 (징계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2019년부터 이어온 파생결합펀드 관련 사법 리스크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를 고객들에게 판매할 때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 징계는 중징계에 해당해 확정되면 손 회장은 향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불가능할 수 있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손 회장이 파생결합상품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를 털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관련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다고 바라본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상품 이외에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서도 11월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를 확정받았다.
파생결합상품 문제는 끝났지만 다시 라임펀드 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우선적으로 징계취소 가처분을 받아내지 않으면 연임이 어려워 진다. 파생결합상품과 마찬가지로 대법원까지 가는 본 소송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당초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라임펀드 징계 건도 파생결합상품과 비슷한 내부통제기준에 관한 문제가 얽혀있어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 징계를 내릴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금융위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손 회장의 문책경고를 확정했고 상당히 이례적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금융위의 징계가 나온 뒤 금융당국의 압박도 계속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1월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8곳의 은행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미흡으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은행금융지주 전반의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의 문책경고가 나온 다음날인 11월10일 기자들과 만나 “(라임펀드 사태 문책경고 의결에)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면서도 징계취소 소송 제기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손 회장)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압박을 이어갔다.
최근 금융권에 정부의 입김이 닿은 것으로 여겨지는 인사들의 발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손 회장의 거취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앞서 11월21일 취임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2023년 취임을 앞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와 관련해서도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가 후보 3명에 포함된 것을 관심있게 보는 시선이 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회장 후보로 결정한 것도 정부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이 같은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과거에 사라졌다고 여겼던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손 회장이 물러난 뒤 정부 관계 인사가 회장자리로 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며 이제는 관치에서 분명하게 벗어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회장을 두고 외압이 거세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언론에 따르면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은 친정권 인사인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거론된다고 한다”며 “완전 민영화한 우리금융에 관치금융의 망령을 씌우지 말라”고 주장했다.
우리금융 노동조합은 “조 전 사장은 시중은행 경험이 없어 금융인인지 언론인지 알 수 없는 변신의 귀재다”며 “우리금융 회장직을 마치 대선 승리 전리품처럼 나누려는 추악한 시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