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1-27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가 마침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뒤 약 1년 만이다.
윤 부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일동제약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화이자, MSD 등 이미 국내 코로나19 치료제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일동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국내 허가를 가시권에 두게 됐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10월25일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성분이름 엔시트렐비르)’가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허가도 가까워졌다.
조코바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다. 5일 동안 1일 1회 먹는 방식으로 투여하는 경구용 약물로 주사제형 치료제와 비교해 투여가 간편하다.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은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임상을 진행해 조코바가 유의미한 코로나19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데이터를 얻어냈다. 앞서 9월 말 발표된 임상3상 탑라인(핵심 지표) 데이터에서는 조코바를 투여한 환자들의 치료시간(167.9시간)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시간(192.2시간)과 비교해 약 24시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오노기제약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1월22일 일본 당국으로부터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어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첫 사례다.
시오노기제약은 곧바로 조코바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와 조코바 100만 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제는 한국 차례다. 윤 부회장은 조코바가 한국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참석해 “성공적인 임상3상 탑라인 결과를 지난달에 받았다”며 “시오노기제약과 일동제약은 일본과 한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상업화는 실적 측면에서 당연히 긍정적인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영업손실 555억 원을 냈고 올해 1~3분기에도 영업손실 503억 원을 봤다.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서다.
다만 조코바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곧바로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자리 잡은 다른 코로나19 치료제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MDS ‘라게브리오’가 각각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모두 조코바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분류된다. 세부 기전은 다르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는 부분은 비슷하다.
두 약물은 주로 만 6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지만 모든 환자가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를 처방받는 건 아니다. 11월 셋째 주 기준 60세 이상 환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처방률은 31.9% 수준이다.
팍스로비드는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되는 병용금기 성분이 28종(국내 허가 23종)에 이른다. 라게브리오의 경우 일부 백혈병 치료제를 제외하고 병용금기 성분이 성분이 따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치료효과가 팍스로비드에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처방을 독려해도 처방률을 높이기가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2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소 고위험층의 절반 정도는 처방이 돼야 하고 특히 70세 이상은 100% 처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팍스로비드가 병용금기약물이 많아서 처방하기가 곤란하다면 라게브리오 처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코바 등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조코바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치료제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은 9월 시오노기제약과 국내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전 등을 담은 계약을 맺었다. 조코바의 국내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진다면 공급이 제한되는 해외 제약사의 약물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치료제를 선보일 공산이 크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1세트 분량에 70만 원 어림의 가격이 매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은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시오노기재약의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