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8인의 부회장단 구성에 변화를 줄 지 관심이 쏠린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 등 취임한지 이제 1년이 된 인물들은 내년에도 신임을 계속 받을 가능성이 큰데 일부 ‘세대교체’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단을 일부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
18일 SK그룹에 따르면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초 정기 임원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에는 12월2일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정기 임원인사 발표를 하고 있고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두 명의 부회장을 추가적으로 임명하면서 8명의 부회장단을 구성했는데 총수일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제외하면 전문경영인은 모두 6명이다.
지난해 부회장 가운데 물러난 사람이 없었던 만큼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유임될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이제 부회장에 오른 지 1년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SK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도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실적까지 나온 시점에서 SK는 2022년 약 10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2021년 영업이익보다 약 1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 성장률이 2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임원인사에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과 맡은 기업의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동현 부회장과
김준 부회장은 ‘합격점’을 받을 공산이 크다.
▲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텔레콤 부회장. |
올해 2년차인
박정호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텔레콤 부회장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 등 SK그룹의 ICT(정보통신기술) 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는데 사실상 그룹 2인자이자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SK텔레콤과 SK스퀘어의 인적분할,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합병 등을 굵직한 일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더욱 신임이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SK스퀘어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자회사 상장이란 과제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박 부회장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2013년부터 SKE&S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정준 부회장도 2024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 부회장은 10년 가까이 SKE&S를 이끌며 SK그룹의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주도했는데 2022년 3월 SK 북미 대외협력 총괄까지 맡게 돼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핵심 사업들이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어 미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위해 북미 대외협력 총괄직을 신설했는데
유정준 부회장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그린), 바이오 등 4대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서 미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을 잘 알고 글로벌 감각을 지닌 유 부회장이 더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유 부회장은 과거 뉴욕에서 회계사로 일했고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에도 5년 동안 근무했다.
▲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 부회장 겸 중국사업 총괄. |
반면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회장은 임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불확실해지면서 SK그룹의 중국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SK그룹은 그동안 중국 내 또 다른 SK를 만들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으로 중국 사업을 키웠지만 최근 이런 기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중국 사업 지주사인 SK차이나는 2021년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했고 중국 렌터카 시장에서도 10년 만에 손을 뗐다. 서 부회장의 역할도 앞으로 줄어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퇴임 이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4년이 됐다.
SK그룹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상당 폭의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인사 폭이 크지 않았고
최태원 회장도 최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던 만큼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쇄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22년 10월21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에서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경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 고난을 극복하여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으로 연말 임원인사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