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메타버스 신사업 투자 비용 증가와 실적 부진에 대규모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
[비즈니스포스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대규모 투자를 벌였지만 결과는 직원 감축과 실적 악화였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저커버그 CEO. 당장의 수익모델을 고려하지 않은 신사업 추진 전략이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치명적인 시행착오를 자신의 경영 이력에 새기게 됐다.
“회사가 이런 상황까지 오도록 만든 나의 결정에 책임감을 느낀다. 모두에게 힘든 일이겠지만, 영향을 받게 된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
13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전체 임직원의 약 13%에 해당하는 1만1천여 명을 해고한다고 통보하며 회사 내부망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메타의 대규모 임직원 감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올해 초부터 메타의 신규 임직원 채용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었고 실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이외에 조직개편과 부동산 매각, 인프라 투자 비용 및 사무실 공간 축소를 포함한 추가 비용절감 조치를 앞으로 수 개월 동안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회사의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퇴사하게 될 임직원까지 고려하면 메타의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사업 역량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CBS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메타의 실적과 주가가 모두 대형 사고를 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1년 전과 비교해 회사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저커버그가 지난해 10월 메타버스에서 회사의 미래를 찾겠다며 회사 이름과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신사업에 1천억 달러(약 13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벌어진 일이다.
CBS뉴스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3분기까지 메타버스사업 연구조직인 리얼리티랩스에서만 94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소 설립 뒤 누적 손실은 150억 달러에 이른다.
메타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 손실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자체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는 주가가 하루만에 약 24%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수 증가세도 크게 정체되면서 메타는 메타버스 분야의 손실 확대를 만회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 위축이 곧 메타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메타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은 것은 단기간에 이런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저커버그가 처음 메타버스에 진출을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의 기대는 엇갈렸다.
메타버스가 미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스마트폰보다 더 큰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메타버스는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 메타가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 호라이즌 월드' 이미지. |
메타가 주주와 이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3D 그래픽 기반의 가상공간 서비스를 일부 공개했지만 이는 오히려 메타버스의 미래에 회의감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동안 메타가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벌였음에도 그래픽 등 중간 결과물의 품질이 기존에 서비스되고 있던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창업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온라인 소통 방식에 새로운 시대를 연 혁신가로 주목받았다. 이런 자신감은 그가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진출은 페이스북과 달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불과하고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익모델은 뚜렷하지 않아 미래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은 미친 짓과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메타가 이미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쏟아부은 투자금과 단기간에 다른 성장동력을 제시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결국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기로 삼아 메타버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더욱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앞으로 이용자들과 주주를 비롯한 시장의 불신을 이겨낼 만한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 저커버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로 여겨진다.
저커버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 점이 지금까지의 패착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시장 경쟁 등 예상치 못한 요소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사업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저커버그는 이전보다 적은 인력으로 메타의 완전한 변신에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그러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