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지난해부터 글로벌 풍력설비 시장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씨에스윈드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씨에스윈드는 풍력 타워를 만드는 국내 대표적 풍력설비 기업이다. 글로벌 풍력설비 업황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글로벌 풍력설비 업황이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글로벌 풍력설비 시장은 인플레이션의 타격을 고스란히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1위 풍력터빈기업 베스타스는 지난해 수주가 전년보다 20% 정도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3.1%포인트 낮아졌다.

인플레이션 탓에 풍력발전기 건설비용이 같이 늘었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수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풍력설비 기업들의 제조원가 상승은 수익성이 악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은 올해도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돌발적으로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난은 더 가중돼 풍력설비 업황 부진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씨에스윈드는 글로벌 풍력설비 업황의 부진에 대응할 만한 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풍력설비 시장은 소수 업체가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구조물인 타워를 주로 만들고 있다. 타워는 풍력발전기의 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성품이다.

풍력타워 분야는 자본·기술·노동이 모두 집약된 산업이고 노동 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풍력발전기 시장 점유율 1위인 베스타스를 비롯한 상위권 업체들이 모두 씨에스윈드의 고객사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씨에스윈드와 고객사의 공급계약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전가하는 고객사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씨에스윈드가 고객사들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유리한 이유다.

이는 지난해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베스타스를 비롯한 글로벌 풍력발전기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반면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1007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씨에스윈드는 올해 1분기에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내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NH투자증권은 “비용 증가로 글로벌 풍력 시장이 단기 위축되면서 주요 법인들의 가동률이 부진했다”고 진단하며 목표주가를 26% 낮추기도 했다.

그러면 글로벌 풍력설비 업황에 드리워진 인플레이션 먹구름 때문에 씨에스윈드의 실적과 성장 전망도 어두워진 걸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해 씨에스윈드 실적의 수익성 둔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 공장들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증설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고정비와 감가상각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 새로 인수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풍력타워 제조에는 숙련된 노동이 요구된다. 직원 교육훈련과 경험치 축적으로 직원 숙련도를 궤도에 올리려면 2~3년은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투자가 빛을 보는 시기는 이르면 2023년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성장통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의 필수요소다. 기후재난을 야기하는 탄소를 줄이고 탄소제로 사회로 나아가려면 풍력 확대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풍력과 태양광은 석탄발전 원가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

또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480GW의 풍력발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 계획에서 해마다 3~5배 이상 풍력발전기 규모를 늘려야 가능한 목표다.

더구나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이에 풍력발전 비중을 더 늘릴 가능성이 많아졌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신재생에너지 발전계획에서 풍력발전 비중을 17%로 잡는 등 시장확대 여력이 많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씨에스윈드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거두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실적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가 본격적 수확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