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되려 고교 중퇴 허준이, 한국인 최초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받아

▲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제수학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계 미국인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국제수학연맹(IMU, 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은 5일 2022년 필즈상 수상자에 허준이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필즈상은 수학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국제수학연맹이 4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에 중요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수여한다.

허 교수와 함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38)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37)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35)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제수학연맹은 허 교수가 기하학적 격자에 대한 다울링-윌슨 추측의 증명, 마트로이드에 대한 헤론-로타-웰시 추측의 증명, 로런츠 다항식 이론의 개발, 스트롱 메이슨 추측의 증명 등 수학계의 여러 난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필즈상을 수상한 뒤 인터뷰에서 “나를 가르쳐준 교수님들과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나는 그들이 내게 심어준 아이디어의 그릇으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필즈상을 받은 한국계 수학자는 허 교수가 처음이다. 허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나 두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석사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허준이 교수는 1983년 허명회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영 서울대학교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 방일초등학교와 이수중학교를 졸업하고 상문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렀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2007년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및 수리과학부 복수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대수기하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2012년 지구상에서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주목을 받았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의 수학자인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다.

이에 더해 허 교수는 동료 두 명과 함께 또 다른 수학계의 난제인 ‘로타 추측’도 풀어냈다.

허 교수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 2019년에는 뉴호라이즌상 등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삼성호암상 과학상도 수상했다.

허 교수는 2020년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를 거쳐 2021년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도 맡고 있다.

허 교수는 핀란드 헬싱키에 체류 중이며 6일 화상 브리핑을 통해 수상소감을 전한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이번 여름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