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을 아끼며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4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의결을 앞둔 이 대표를 향한 친윤계(친
윤석열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해결을 촉구하며 최고위원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배 최고위원은 회의 참석 대신 지역구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배 최고위원은 최근 이 대표와 공개석상에서 충돌해왔다.
지난달 20일 최고위에서 비공개 회의 진행 여부를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고 같은달 23일에는 배 최고위원이 건넨 악수를 이 대표가 뿌리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간단한 발언을 한 이후로 공개발언을 거부해온 이 대표는 이날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 없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겼고 비공개 회의에서도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최대 현안인 후반기 원구성이 미뤄지고 있고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의장단 선출을 예고했음에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가 '최고위 침묵모드'에 들어간 것은 윤리위원회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침묵을 통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정치적 공세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내보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회 밖에서는 언론 등을 통해 '윤심' 구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친윤계가 제기하는 '윤석 정열부를 돕지 않는다'는 비판에 "그분들이 못하게 하지 않았나"라며 "저 때문이라고 하기엔 저한테 역할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책임과 역할은 함께 가는 것인데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인데 윤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향해 자신의 효용성을 내세운 것이다.
이 대표는 "제가 역할을 맡으면 20일이면 해결할 자신이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60일이면 된다'고 그랬고 20~30일안에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달 27일 출국할 때는 불참했지만 이달 1일 귀국 당시 윤 대통령을 깜짝 영접하며 '관계 이상 기류설' 일축하기도 했다.
앞서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퇴하면서 윤심이 이 대표로부터 떠났다는 시선이 나온 바 있다. 이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 가교 역할을 했던 박 의원이 윤리위를 앞두고 사퇴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원회 전날인 6일 열리는 첫 고위 당정협의회에 시선이 모인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이 대표를 향한 윤심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 자리에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이 대표의 윤심얻기 전략이 효과를 거둔다면 윤리위가 이 대표를 징계하지 않거나 징계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의 전제가 되는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시점 자체가 2013년으로 오래돼 증거 확보가 쉽지 않고 경찰 수사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들 수 있다.
반면 윤심이 이 대표에게서 등을 돌린다면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공방에 나선다면 당 내홍이 더욱 격화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며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모두 달리면 되지"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