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한 정점식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준석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을 통해 당권 경쟁에 나설 토대를 마련하려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안철수는 왜 국민의당 추천 최고위원에 '국힘' '친윤' 정점식 고집하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최고위원 추천을 둘러싼 안 의원과 이 대표의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임명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국민의당 내부 의견수렴 없이 최고위원을 추천했다는 기사를 올렸다. 그는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 국핵관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해준다"며 "안 의원 측은 어떤 절차로 최고위원을 추천한 건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안 의원과 이 대표는 전날에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사이 합당 과정에서 논의된 최고위원 추천 명단 추후 평가 여부, 최고위원 관련 당헌당규 부칙 등의 해석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설전을 벌였다. 문구 하나하나의 의미와 그것의 배경을 따지며 서로 물러서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당은 합당 합의 내용에 따라 국민의당 추천 몫으로 최고위원 2인을 추천했다"며 "국민 앞에서 합당 선언하며 합의된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2명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정 의원을 추천하면서 '화합의 제스처'라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는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안 대표에게 추천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합당 이후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고위원 자리를 추가로 마련한 건데 목적과 다르게 추천됐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추천하고 이 대표가 국민의당 출신 인사를 추천할 것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친윤석열계와 손잡고 이 대표 견제에 나섰고 이 대표는 이를 막으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 의원은 대검 공안부장으로 있던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지휘해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사퇴를 끌어냈던 적이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이뤄졌을 때 정 의원이 안 의원 사무실을 따로 찾아와 축하해주기도 했지만 안 의원이 최고위원 국민의당 몫 가운데 절반을 내어줄 만큼 안 의원과 정 의원 관계가 가까운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정 의원 추천안을 고집하는 것은 당내 기반이 부족한 안 의원이 정 의원을 통해 친윤석열계와 접점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대표적 친윤석열계 의원으로 윤 대통령과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함께 시작한 임관 동기다. 지난 대선 때에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네거티브 검증단장을 맡기도 했다. 

차기 당권을 바라보는 안 의원과 이 대표의 영향력을 줄이고 싶은 친윤계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최고위원은 당 대표와 함께 정당의 최종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당직자다. 중요한 결정을 맡고 있다보니 각 정당은 당헌을 통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선출 방식과 권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때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대구시장 출마로 사퇴하면서 모두 8명이 있다. 이 중 최고위원회에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인사는 정미경 김용태 윤영석 최고위원 등 3명뿐이다. 안 의원이 추천한 두 명이 최고위원회에 합류하면 각종 현안 주도권이 이 대표의 반대파로 넘어갈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친윤계 내에서도 당내 원톱으로서 존재감을 높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에 맞서 장제원 의원과 힘을 모을 것이란 의견도 고개를 든다.

장 의원은 공식적으로 당내에서 맡은 자리가 없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드러내놓고 세를 불리거나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이에 안 의원이나 다른 친윤계 의원들을 앞세워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장 의원은 대선 때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거치면서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던 장 의원과 원만한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력한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권 원내대표는 오히려 경쟁자인 안 의원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안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 인선을 놓고 "(안 의원이 최고위원 추천) 2명을 계속 고수한다면 안 의원이 추천한 사람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 의견"이라면서도 "안 의원과 대화해 1명으로 양해해줄 수 있는지 요청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장제원 의원이 앞장섰던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모임을 놓고 계파 논란이 일자 한 차례 제동을 걸며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또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충돌했을 때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 및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라며 "당 대표의 임기에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당대표에 출마하려면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끝마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상 대표 임기가 끝나기 6개월 전에 대표가 그만두면 남은 임기만 채우는 대표를 뽑도록 돼 있다.

권 원내대표가 공천권을 가진 대표가 되려면 최소 내년 1월 이후에 전당대회가 열려야 한다. 권 원내대표 임기는 내년 4월까지며 이 대표가 임기를 마치면 전당대회는 내년 6월 열린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