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4에 LPDDR5 D램 최초 적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 애플 아이폰13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14 시리즈에 고성능 LPDDR5 규격의 D램을 처음으로 탑재해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애플의 메모리반도체 협력사에서 기존 D램보다 단가가 높은 LPDDR5 D램 공급을 담당하며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하는 차세대 프로세서 ‘A16’을 대만 TSMC 5나노 미세공정 기반으로 위탁생산한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공정을 활용하는 만큼 프로세서 성능 개선폭도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폰14에 적용되는 A16 프로세서는 처음으로 LPDDR5 규격의 고성능 D램을 활용해 연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반도체 공정 기술 측면의 약점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형 아이폰의 성능 향상을 위해 파운드리 대신 메모리반도체 협력사들의 힘을 빌리는 셈이다.

LPDDR5 규격 모바일 D램은 삼성전자에서 2019년에 처음 출시해 상용화한 기술로 기존 LPDDR4X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 및 전력 효율을 각각 30%가량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뒤를 따라 LPDDR5 D램 양산과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했지만 애플은 유독 다른 스마트폰업체들과 달리 새 규격의 D램 탑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LPDDR5 D램 단가가 높은 데다 아이폰용 자체 프로세서의 설계 기술과 미세공정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기술적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뒤늦게 아이폰14 시리즈에 LPDDR5 D램 탑재를 추진하는 것은 올해 파운드리 공정 기술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D램 협력사들이 아이폰에 고성능 LPDDR5 D램을 처음으로 공급하기 시작하며 애플의 전략 변화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LPDDR5 D램은 아직 대부분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만 탑재되는데 아이폰 판매량이 세계 전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LPDDR5 D램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판매 비중을 확대해 D램 업황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지켜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SK하이닉스도 LPDDR5 D램 판매 확대 계획을 꾸준히 제시해 온 만큼 애플 주문을 수주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을 공산이 크다.
애플 아이폰14에 LPDDR5 D램 최초 적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혜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LPDDR5 D램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D램시장에서 1분기 기준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며 충분한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애플과 메모리반도체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DDR5 D램의 평균 단가는 43.5달러로 같은 용량의 DDR4 D램과 비교해 약 48%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성능 스마트폰용 LPDDR5 D램의 단가도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애플의 메모리반도체 협력사들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LPDDR5 D램으로 전환은 아이폰14 시리즈에 가장 큰 변화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이처럼 아이폰14 시리즈에 프로세서 대신 다른 부품의 성능 발전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애플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한국 부품업체 등 여러 공급사들이 이런 전략 변화에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14 카메라 성능 개선을 위해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을 후면카메라뿐 아니라 전면에도 처음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폰14 일반 모델과 프로, 프로맥스에 이어 큰 화면을 적용하는 맥스 모델이 처음으로 출시되면서 대화면 올레드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을 대부분 책임지는 만큼 평균 화면 크기가 커지는 데 따른 패널 단가 상승을 기회로 잡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에 전력소모가 거의 없이 화면을 항상 켜둘 수 있는 ‘얼웨이즈온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발전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4 시리즈가 이런 기능에 힘입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면 자연히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이 보게 될 수혜폭도 커진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