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비정규직 비중확대와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특별근로감독 등 근본적인 사고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만 201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약 40일에 한명 꼴로 일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보광 소속의 위모(30)씨가 11일 오전 9시40분경 원유운반선 내부 저장창고에서 족장 해체작업 중 20m 아래로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족장작업은 높은 곳에서 작업자들이 도장•용접 등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보다 앞서 4월28일 오전 10시10분경 울산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세현기업 소속의 김모씨도 도장작업을 위해 선박블록 위쪽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5m 아래로 떨어졌다. 김씨는 뇌수술을 받았지만 10일 뇌사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비중과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를 꼽는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2013년부터 현대중공업이 기성(도급비)을 삭감하자 산업재해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경영난에 시달리는 하청업체가 안전관리 인력을 제대로 배치할 리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조선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면서 현장에서는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해고의 칼바람을 맞고 있어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남용 현대중공업 일반직지회장은 “정상적인 작업환경이라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구조조정 여파로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분위기도 나빠지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특유의 군대식 기업문화가 산재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지회장은 “현대는 '하면 된다'는 식으로 공정일정이 굉장히 빡빡하다”며 “위에서 족장을 설치해도 아래에서 용접하는 식이지만 항의조차 못해 안전규칙을 지킬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4월25일부터 5월4일까지 울산 현대중공업에 대해 특별감독을 벌여 모두 25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감독대상이 아니었다.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노무사는 “노동부는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특별근로감독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문대 노동위원장은 “조선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회사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하청노동의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이 안 되고 산재 발생 때 경영책임자가 처벌이 안 되는 구조 때문에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는데 근본적인 사고예방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