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오른쪽)이 3일 경기도 안성시 팜한농 육종연구센터에서 시험 연구 중인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
글로벌 농화학업계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우케미칼-듀폰 합병, 중국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에 이어 독일 바이엘 등이 전 세계 종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몬산토를 인수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글로벌 농화학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국내 작물보호제 1위, 종자·비료 2위 기업인 팜한농 신용등급을 대폭 상향했다. 팜한농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B에서 A로, 담보부사채 신용등급은 BBB+에서 A+로 세 단계 올랐다. 기업어음 등급도 A3에서 A2로 상향조정됐다.
이는 팜한농을 인수한 LG화학이 4월말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팜한농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은 4245억 원에 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했는데 인수 완료 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인수비용의 70%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만큼 LG화학이 팜한농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2014년 글로벌 화학기업 매출 13위에 올라있다. 팜한농 매출을 포함할 경우 글로벌 톱10 진입도 가시권에 든다. 농화학사업을 추가해 종합화학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사업구조도 갖추게 됐다.
LG화학은 세계적인 종합화학기업의 위상에 걸맞도록 농화학사업 역시 크게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직접 팜한농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팜한농 대표 취임식에서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그린바이오사업을 글로벌 톱10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LG화학과 함께 국내 화학업계를 대표하는 롯데케미칼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비료회사였던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을 품에 안았다.
|
|
|
▲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롯데정밀화학은 비료사업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롯데정밀화학 인수에 대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사장은 신사업 진출을 발판으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신규사업과 기존사업을 내실화해 글로벌 화학회사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에 허수영 사장의 측근이자 기획·전략통인 오성엽 부사장을 배치했다.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롯데첨단소재(옛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대표이사에 생산전문가인 이자형 부사장을 선임한 것과 대비된다.
오 부사장은 과거 허 사장과 함께 케이피케미칼 인수작업을 이끌었고 이번 롯데정밀화학 인수 작업도 주도했다. 오 부사장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해외사업을 확대한 공로로 무역의날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 부사장 선임이 롯데정밀화학을 적극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허수영 사장의 의지로 읽히는 이유다.
글로벌 톱 화학기업들은 최근 농화학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사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 농화학사업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농화학 시장규모는 2014년 1천억 달러에서 2020년 1400억 달러로 커져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농화학 시장을 선점하려는 선두기업들이 업계 재편을 이끌고 있다.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지난해 말 합병해 화학업계를 놀라게 했는데 당시 가장 주목 받은 부분이 농화학분야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회사는 합병으로 화학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눈독 들이는 농업분야 선두주자로 치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중국 켐차이나는 중국기업 인수합병사상 가장 큰 규모인 430억 달러에 글로벌 종자업계 2위인 신젠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종자업계 1위인 몬산토를 둘러싼 인수경쟁이 치열하다. 독일 바이엘은 몬산토를 신젠타와 비슷한 수준인 43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 독일 바스프도 몬산토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