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회장으로 선임됐다. 하나금융그룹은 10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며 본격적으로 '회장 함영주의 시대'를 열게 됐다.  

함영주 신임 회장은 카카오, 네이버 등 이른바 ‘빅테크’에 맞서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 정체가 나타나고 있는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늘Who]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시대, '섬김과 배려'로 도약 이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함 회장이 ‘법률 리스크’로 불거진 논란에도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어렵게 회장에 오른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 회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10년간 하나금융그룹을 이끈 김정태 전 회장은 물러나며 이날 이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함 회장에게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직을 넘겨주게 됐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4년까지 3년이다.

함 회장은 상고를 나온 일반행원 출신으로 은행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데 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르면서 한국 금융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뒤 초대 하나은행장을 맡아 조직 통합을 이끌고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올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함 회장은 이제 회장으로 금융산업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하나금융그룹의 변화와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함 회장은 2월 있었던 채용 관련 1심 결심공판에서 “큰 기회를 주신다면 하나은행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세를 갚기 위해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특히 디지털 전환과 해외사업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태 전 회장도 그동안 ‘디지털과 글로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두 부문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도 디지털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산업에 진입한 빅테크의 장벽을 넘는 일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해외사업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함 회장은 해외에서도 디지털을 강화하며 사업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의 가장 큰 해외법인이 있는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등 현지 IT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네이버 라인(LINE)과 손잡고 출범한 디지털은행을 앞세워 현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또한 변화해야 한다”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는 은행뿐 아니라 모든 그룹사가 협업이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아서 디지털로 무장하여 함께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앞으로 후계자를 양성하며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이 함 회장을 2월8일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한 뒤에도 그룹 안팎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함 회장의 ‘법적 리스크’로 회장 선임이 무산되면 하나금융지주는 다음 회장 승계구도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만큼 후속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는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회장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함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며 회장후보군의 다른 인물에 대한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함 회장이 마침내 회장에 선임되면서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주주, 이해관계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지만 이제부터는 승계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을 이끌어갈 특유의 경영스타일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정태 전 회장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하나금융그룹을 통솔했다. 김 전 회장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성격에다 친형과 같은 포용력도 지니고 있어 김 전 회장의 리더십을 두고 ‘큰형님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함 회장의 리더십은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함 회장은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도 섬김과 배려의 자세로 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