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일종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선대위에서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윤 후보 경선캠프의 중진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선대위를 전면 재구성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은 승리를 위해 항상 여러가지 복잡한 선결조건들을 많이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선대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존에 열심히 했던 분들이 일정 부분 공간을 만들어주는 행보를 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기존 캠프 인선을 그대로 끌고 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존 (캠프) 멤버들에다가 더 진영도 넓히고 다른 후보 캠프 분들도 영입하고 우리 당 전체가 하나가 돼 큰 선거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경선캠프의 핵심인사인 권선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선대위 비서실장은 대선후보의 개인 일정을 챙기는 위치에 있어 대선캠프의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로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우선권'을 지닌다.
윤 후보는 정치경력 4개월의 '굴러온 돌'이기도 하다. 윤 후보가 본격적 대선레이스에 앞서 당을 먼저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제5항 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당무 전반에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참여를 놓고 선거전략 결정의 전권을 선결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선뜻 대선전략을 통째로 맡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는 검사 시절 전권을 쥐고 수사를 지휘해 왔다. 다른 누군가의 방향제시를 따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에게 주도권은 내줬을 때 '상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준석 대표는 젊은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원외인사이며 윤 후보도 역시 여의도 경험이 없다. 여기에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정치적 멘토로 여기고 있는 만큼 대선기간 김 전 위원장만 부각될 수도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전권을 내주지 않음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제 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지만 경제민주화 구호만 넘겨주고 결국 '팽' 당한 기억이 있는 만큼 얼굴마담으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윤 후보는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 후보는 중도층 확장을 위해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내줄까? 상왕 아래 허수아비처럼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고 당을 장악할 유력한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윤 후보가 선대위 구성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이 지켜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는 경선 이후 이미 마음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김 전 위원장의 합류가 더욱 시급한 이유다.
홍 의원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아무리 우리 후보가 됐지만 내가 마이크는 잡기가 어렵다"며 "전당대회 석상에서 분명히 얘기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