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앉아 너럭바위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선거후보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장동 의혹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선불복 논란으로 이른바 컨벤션효과를 누리지 못했는데 도지사직 사퇴를 시작으로 이를 만회할 기회를 만들어낼까?
이 지사 측은 22일 오후 “이 후보가 25일까지 경기도지사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사직한다”며 “25일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도지사로서 그날 밤까지 업무를 수행한 뒤 26일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신분으로서만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가 지난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 국장검사를 끝낸 뒤 지사직 사퇴시기를 두고 경기도민에 대한 책임을 고려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틀 만에 지사직 사퇴시기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야권의 공세가 거셌던 대장동 의혹을 두고 두 차례의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적 해명에 일정하게 성공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선후보 행보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부터 광주와 봉하마을을 잇달아 찾아 참배했다. 민주당의 뿌리라 할 두 곳을 찾아 지지층 결집의 시동을 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격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면모를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발언을 비판하며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지닌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전두환 옹호발언에 이어 이날 '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사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이른바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기도 했다.
이 지사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이낙연 전 대표의 이의제기 등으로 이른바 컨벤션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야권의 대장동 의혹 공격도 거셌다.
이 지사의 이날 행보는 잃어버린 컨벤션효과를 만회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후보 확정으로 '반짝효과'를 볼 기회는 놓쳤으니 차근차근 점수를 따면서 지지율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듯하다.
이 지사의 다음 행보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회동과
문재인 대통령 면담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등을 통해 경선불복 논란을 진화하고 '민주당 원팀'의 면모를 대외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사직 사퇴와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지난 20일 이뤄진 통화 관련 보도를 두고 "약간의 오보가 있어서 혼란이 있었는데
이낙연 대표 측이 발표한 그대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20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통화 사실이 알려지며 이 전 대표가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다음날(21일) 관련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공보단장이었던 정운현 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
이재명 후보와 통화에서 '어떤 역할도 맡겠다'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 후보 측의 정성호 의원과 우리 측 박광온 의원이 협의케 하자는 것이 전부였다"고 적었다
.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 면담시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곧 하게 될 것 같다. (대통령 면담) 역시 청와대와 협의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면 아실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회동을 두고 "이 전 대표와 만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막 보채는 것보다는 조금 쉬게 하는 게 도리"라면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 이 후보가 지사를 사퇴하면 바로 만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선 패배 후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윤 전 총장 비판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과 요구가 빗발치는데 '사과' 사진을 SNS에 올린 그의 처사는 국민을 향한 조롱인지, 세상에 대한 무감각인지, 어이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의 후보직 사퇴도 요구했다. 자연스럽게 정치 무대로 되돌아 온 셈인데 이 지사와 회동도 가까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