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DDR5 D램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DDR5 D램은 현재 주로 쓰이는 DDR4 D램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새 규격의 제품으로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개 회사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은 DDR5 D램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없다.
그러나 미국 인텔이 올해 연말에 DDR5 D램을 지원하는 PC용 중앙처리장치 앨더레이크(Alder Lake)를, 내년 2분기에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를 각각 양산하기로 했다.
이정배 사장은 눈앞에 다가온 D램 세대교체기를 집중공략할 기술적 채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12일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램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DDR5 D램에 신공정을 가장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회로가 가장 미세한 D램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차세대 D램을 생산한다”며 “DDR5 D램으로의 세대교체를 앞두고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월 SK하이닉스도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4나노(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는 14나노 D램은 DDR4 D램이다.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DDR5 D램을 내년 초부터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이크론은 아직 DDR5 D램의 원천기술(샘플링 기술)을 보유했을 뿐 양산시점을 가늠하기에는 이르다. 14나노 DDR4 D램을 양산하고는 있지만 극자외선 공정까지는 도입하지는 않았다.
이 사장은 가장 앞선 기술력을 통해 삼성전자가 DDR5 D램의 시대를 선점하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단순히 DDR5 D램을 양산할 수 있느냐를 넘어 극자외선 공정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를 들여다보면 이 사장이 확보한 삼성전자의 기술적 우위가 더욱 부각된다.
극자외선 공정은 기존 D램 생산공정인 액침 불화아르곤(ArF) 공정과 비교해 공정 단계를 단순화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공정 단계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D램의 레이어(층) 중 5개 레이어에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20%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1개 레이어에만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해 14나노 D램을 양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원가를 더 많이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사장이 글로벌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까지 내세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D램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체제가 확고하게 굳어져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시장의 43.6%를 삼성전자가, 27.9%를 SK하이닉스가, 22.6%를 마이크론이 각각 점유했으며 4위인 대만 난야의 점유율은 3.4%에 그쳤다.
이 사장은 DDR5 D램으로의 세대교체기를 공략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기반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시장에서 퍼지는 ‘D램 위기론’을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넘어서는 기회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IT기기시장에서 비대면(언택트) 관련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D램은 공급이 수요를 점차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트렌드포스는 4분기 세계적으로 D램 가격이 3~8%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D램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DDR5 D램 양산 기술력을 갖춘 소수 회사가 D램시장의 불황을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미세한 14나노 공정과 극자외선 공정 적용 등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차별화된 성능과 안정된 수율을 구현해 DDR5 D램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며 “이를 통해 D램시장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