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4분기에는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적으로 적용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고 다음 대통령선거가 다가온 상황이라 4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6월부터 8월까지의 국제유가 통관기준치와 연료비 변동치, 제반 원가를 토대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검토를 거쳐 9월 중순에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상 9월20일쯤 전기요금이 발표됐는데 이번에는 추석연휴를 고려해 날짜를 조정해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석탄, 액화천연가스,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충분하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석탄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하반기 액화천연가스 투입단가는 상반기 대비 17%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연료비 관련 비용의 부담은 하반기에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4분기에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9월 중순 무렵인 추석연휴 직전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전기요금 인상을 같은 시기에 발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국민생활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정 사장이 4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실패한다면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전에 발표될 2022년 1분기에서도 전기요금이 동결될 가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안을 승인하는 데 주저할 수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충분하지만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선거 등 환경적 영향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한국전력의 숙원사업이던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연료비 연동제를 차라리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과 마주할 수도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앞서 2011년에도 도입됐다가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정부에서 시행을 미루다가 2014년에 폐지된 적이 있다.
정 사장은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는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곤욕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가 3분기 전기요금의 동결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가능성을 남겨둔 것에 정 사장은 희망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원활한 협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