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2상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어 기술수출을 성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7일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안으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의 미국과 유럽 등 다국가 임상2상을 마치고 중간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늘Who] 브릿지바이오 대장염 신약 임상, 이정규 기술수출 의지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미국과 뉴질랜드, 폴란드, 우크라이나, 한국 등 5개국에서 BBT-401의 임상2상 중·고용량군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진행한 BBT-401의 미국과 유럽 임상2상 저용량시험에서는 위약(가짜약) 대조군과 비교해 유효성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중국에서도 BBT-401의 임상1상 승인을 받아 시험 진행을 앞두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벽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불명의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유전적 감수성, 장내 미생물, 외부 자극 등 가설만 있을 뿐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3만7천 명으로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BBT-401은 펠리노-1(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줄이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펠리노-1은 2006년 성균관대학교 박석희 교수 연구팀이 처음 기능을 밝혀낸 단백질이다. 

현재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시장에 펠리노-1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없다. 치료제 후보물질도 브릿지바이오의 BBT-401이 유일하다. 

이정규 대표는 글로벌 임상2상 시험을 마치는 대로 북미와 유럽 등의 지역에 관한 BBT-401의 권리를 기술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궤양성 대장염은 경증에 메살라민 등 1차 치료제, 중등증에서 스테로이드, 중증에서 항체치료제를 사용하는데 1차 치료제는 증상 완화효과 정도이고 스테로이드는 부작용 사례가 많다”며 “BBT-401의 중·고용량 임상시험 데이터가 확보되면 적극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규 대표는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해 LG화학을 거쳐 크리스탈지노믹스 공동창업자 및 사업개발 이사, 렉스바이오 대표이사 등으로 일하며 신약 개발과 사업화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 우려가 높은 질환이고 치료제 수요도 많아 브릿지바이오가 글로벌 임상2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면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임상2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치료제 후보물질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의 가치를 1이라고 가정할 때 임상1상 시험에 성공하게 되면 가치는 1.6이 된다”며 “임상2상 시험을 성공하게 되면 약물의 가치는 5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선 연구원은 “임상2상 시험은 평균 성공률이 32.4%에 불과해 임상1상(64.5%)과 임상3상(60.1) 시험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며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임상2상 단계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면 약물의 가치와 그 약물을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가 동반상승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글로벌 임상1상 시험을 마친 뒤 2018년 12월 대웅제약과 BBT-401에 관한 아시아 지역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기술수출수수료) 등을 포함해 모두 4천만 달러(약 440억 원)에 이른다.

BBT-401과 유사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이 높은 금액에 기술수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브릿지바이오의 기술수출 추진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아일랜드 바이오기업 테레방스바이오파마는 2018년 글로벌 임상1상을 마친 뒤 다국적제약회사 얀센에 JAK(면역과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 효소) 저해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TD1473을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영국의 컨설팅회사 글로벌데이터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7개 국가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시장 규모를 2016년 기준 53억 달러(약 6조2400억 원)에서 2026년 68억 달러(약 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