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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진영의 조희연 서울시, 이재정 경기도, 박종훈 경남 교육감 당선인들 |
지방선거 개표결과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압승했다. 전체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 경남에서도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됐고 세종, 충북, 충남, 제주도 진보진영 후보가 승리해 교육감 자리를 보수진영에서 교체했다. 보수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곳은 울산과 경북이며 대구와 대전은 중도성향의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결과는 2010년 선거와 완전히 반대다. 2010년 선거에서 보수진영 10명, 진보진영 6명의 후보가 됐다.
당선된 지역별 교육감 후보 중 진보성향을 살펴보면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부산 김석준 △광주 장희국 △세종 최교진 △강원 민병희 △충북 김병우 △충남 김지철 △전북 김승환 △전남 장민채 △경남 백종훈 △제주 이석문 △인천 이청연이다.
보수 또는 중도성향 교육감 후보로 울산 김복만 △ 경북 이영우 △대전 설동호 △대구 우동기가 당선됐다.
◆ 진보진영이 압승한 이유
진보 교육감 후보가 압승한 이유는 보수진영 후보들이 난립한 데 비해 진보진영 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한 것이다.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성향의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후보가 얻은 표는 61%로 조희연 후보의 39.1% 보다 월등히 많다. 게다가 3명의 보수 후보끼리 비방전을 벌여 결과적으로 조희연 후보에 표가 돌아가도록 했다.
경기와 인천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에서 단일화된 이재정 후보는 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를 비롯한 다섯 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틈을 타 당선됐다. 2등을 한 조전혁 후보와 3등을 한 김광래 후보의 표를 합치면 37.3%로 이재정 후보의 36.4% 지지율을 넘는다. 세월호 참사도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앵그리 맘'들의 표심이 경쟁보다 인간적 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보수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이 경쟁교육 정책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은 공동체 교육을 강조하며 인성을 중요하게 내걸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와 교육당국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 탓에 유권자들이 보수후보를 외면했다”며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공천이 없으나 유권자들에게 보수후보들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과 같은 세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앵그리 맘은 세월호 사고 이후 선거를 사이에 둔 시점에 자녀를 키우는 40대 여성이다. 조희연 후보는 당선 후 “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고 일반 고등학교에서 정규교육 과정을 밟아서도 원하는 대학이나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 걸 원하기 때문에 나를 뽑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보수진영 경쟁교육 정책에 등돌린 까닭
이번에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들이 대거 약진한 것은 공교육이 이대로 위험하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초·중·고등학교는 시도자치단체의 소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영향력보다 교육감 성향에 의해 바뀐다. 시도교육감은 예산안 편성과 교육규칙 제정은 물론 교육과정 운영까지 관장하고 있어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 중앙정부가 마련한 초중등 교육정책도 언제든지 각 교육감 성향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도자치단체의 교육감에 관심을 쏟게 된다. 이들 밑에서 유초중고교생 718만 7384명이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보수진영의 교육정책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했다. 수월성 교육이란 탁월한 재능을 지닌 학생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학생들도 각자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육은 뛰어난 학생들을 키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경쟁이 중심이 된다. 외국어고와 자사고는 대표적 수월성 교육기관이다.
학부모들은 한국의 공교육이 경쟁교육의 과도한 피로감에 휩싸여 이미 붕괴됐다고 보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행해졌던 소수학생을 위한 극심한 ‘경쟁교육체제’가 다수 학생들을 소외시켰다고 본다.
또 공교육의 붕괴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오히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늘렸다. 이 때문에 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자연스럽게 교육의 중심에 다수 아이들의 행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더구나 이번 세월호 사고로 경쟁보다 인간적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압승하자 교육계는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교육격차를 해소할 기회"라는 기대와 "급격한 변화로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교육방향 놓고 교육감과 박근혜 정부 힘겨루기
진보진영 교육감이 내세우는 정책방향과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앞으로 마찰이 예상된다.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 후보 중 8명은 전교조 출신이다. 나머지 진보진영의 후보 5명도 친전교조 성향이다.
박근혜 정부와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은 앞으로 자사고 운영, 학업성취도 평가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한 사례가 있다.
조희연 후보는 5일 “살인적인 입시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사고 정책을 바로잡고 일반고를 살려 고입경쟁을 해소하고 대입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중앙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은 자사고를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을 결정할 권한을 지닌다. 재지정하지 않을 경우 일반고로 전환된다.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에 우호적이고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당장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의 징계문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희연 후보는 앞으로 ‘학교안전을 지키는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교사들의 징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나 학업성취도 평가에도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옹호하지만 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교육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은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확대를 주장하지만 정부는 빠듯한 예산으로 재정을 늘릴 수 없다고 맞선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내 "시국선언 교사 징계,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 문제 등에서 박근혜 정부와 교육감들 사이의 충돌이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과 교육감과 협력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보수성향의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 향후 교육감 선출제도는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