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원샷법을 발판으로 사업구조와 함께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할까?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원샷법은 위기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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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 |
사상 초유의 경영위기에 내몰린 조선회사들도 원샷법의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원샷법에 따른 사업개편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 주목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조선해양 외 사업부문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구조개편을 해야 할 사업영역이 많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재계순위 8위 그룹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이 전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 현대중공업, 사업구조 개편 기대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원샷법 통과로 지배구조 변화가 아닌 사업재편을 통한 수혜가 예상되는 곳으로 현대중공업을 꼽았다.
양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사업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업종인 엔진기계, 건설장비, 육상플랜트, 전기전자, 정유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며 “원샷법이 적용될 수 있는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있어 사업재편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2014년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산업활력법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개정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지난해 1월 각 회사의 화력발전부분을 떼내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를 설립했다.
미쓰비시는 대형 가스터빈 중심으로 동남아와 중동에서 강점이 있고 히타치는 중형 가스터빈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공략해 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사업구조를 보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양 연구원은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 설립처럼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해양플랜트부문을 삼성중공업 혹은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해 신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전망”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 원샷법,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전환할까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상장사 3곳과 비상장사 24곳을 거느린 재계 순위 8위의 대기업집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뤄진 핵심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원샷법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규제해소 유예기간을 연기해 주는 등 한시적 특례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의 적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금융계열사 재편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의 금융계열사 재편은 추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대미포조선의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현대선물 지분 65.2%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은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기초체력이 튼튼한 하이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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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이 경우 지주회사 전환 문턱이 낮아진다. 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해소도 크게 어렵지 않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한개뿐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현대미포조선은 다시 현대중공업 지분 7.98%를 소유하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나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등 오너 일가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전량을 매입할 경우 순환출자가 간단히 해소된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10만 원 아래로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순환출자 해소의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25일 종가 기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의 가치는 5347억 원에 그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최대주주에서 아들 정기선 전무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원샷법이 조성한 우호적 환경 속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해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현대중공업 조선 빅3중 정상화 속도 가장 빨라
현대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실적부진에서 빠져나오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손실을 대거 반영해 조선3사 가운데 지난해 손실을 가장 적게 봤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5일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며 “시추설비 취소 손실을 제거하면 지난해 3분기 이미 흑자를 봤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이는 업종 전반의 공통된 문제”라면서 “현대중공업은 경쟁사에 비해 재무비율이 견조하고 시추설비 관련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이 이란 경제제재 해제 뒤 이란에서 첫 선박 수주를 따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25일 “현대중공업의 이란 원유 수출용 유조선 수주가 임박했다”며 “터키소재 디타스해운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 발주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의향서를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올해 영업이익 1조254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25일 전 거래일보다 3.67% 오른 87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9.36%), 삼성중공업(1.00%)에 비해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